올해 ‘대규모 삭감’ 논란이 일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이 내년엔 3조여원 증액돼 30조원 가까이로 편성된다. ‘나눠 먹기식’ R&D 예산은 최대한 걷어내면서도,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등 선도 분야에 대한 R&D 예산은 확대해 이른바 ‘R&D다운 R&D’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5년 예산안’을 통해 이런 내용의 ‘경제활력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 ‘3대 게임체인저’+국가전략기술 R&D에 ‘선택과 집중’
먼저 정부는 내년 R&D 예산으로 29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26조5000억원) 대비 3조2000억원 늘어난 예산 규모다. R&D 예산은 지난해 갑자기 ‘나눠 먹기식, 갈라먹기식 카르텔 예산’의 온상으로 지적되며 올해 대규모 삭감이 단행됐다. 정부는 이번에 R&D를 ‘경제 성장 토대’로 바라보며 다시 증액 조치했다.
구체적으로는 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 분야를 선정해 기술 주권 확립을 위한 R&D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활용 K-클라우드, 1000큐피트 퀀텀 컴퓨터, 양자컴퓨팅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개발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통신, 차세대 원전, 우주, 수소, 사이버보안 등 분야 역시 ‘국가전략기술’로 키우기 위해 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입한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iSMR) 기술개발 등이 그 예다.
R&D 과제에 참여하는 이공계 석·박사 등 젊은 학생 연구자에게 ‘연구 인건비(생활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도 신설된다. 스타이펜드는 학교가 학생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미국·영국·독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박사와 석사에 각 월 110만, 80만원이 보장된다. 이공계 석사 장학금(대통령과학장학금)이 도입돼 1000명을 대상으로 연 500만원이 지원되고, 석·박사 연구장려금도 5131명으로 수혜 대상을 두 배 늘린다.
예산당국은 특히 R&D 예산이 당초 알려진 것처럼 31조1000억원(2023년)→ 26조5000억원(삭감·2024년)→29조7000억원(원복·2025년 예산안) 등으로 오락가락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23년 R&D 예산에 비(非) R&D 예산이 포함된 게 있었는데, 그것을 제외하고 다시 확인하니 23조9000억원이었다”라며 “(이번 증액은) 민간이 할 수 없는 국가 선도형 R&D는 충분히 나라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 반도체·AI·바이오·이차전지·디플 등 첨단산업 재정 투입
정부는 R&D뿐 아니라 첨단 산업 육성에도 재정을 투입한다. 반도체 분야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4조30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공급하고,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산단)를 관통할 국도45호선 착수비, 칩 설계 특성화대학 설립 등 인력·인프라 조성에도 예산이 지원된다.
AI 분야에선 재정 450억원을 부어 1000억원 규모의 ‘AI 혁신펀드’를 조성하는가 하면, 바이오 분야에선 제조 혁신 바이오파운드리 센터 설립과 자동화 장비 도입, 이차전지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각각 이차전지 특화단지 기반 시설 4곳 구축, 아카데미 신설 등을 지원한다.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정부는 원전·방산·콘텐츠 펀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원전 산업 성장 펀드 1000억원(재정 400억원) ▲K-방산 수출펀드 400억원(재정 200억원) ▲글로벌리그펀드(K-콘텐츠 연계 수출 지원) 1000억원 등이 조성되는 것이다. 원전 생태계 융자 1500억원, 방산 수출보증 1조2000억원 공급 등도 이뤄진다.
이밖에 중소기업의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한 ‘점프업’ 패키지가 신설돼 100개 사를 지원하고, 유학생이나 숙련 인력비자 전환과 연계해 중소기업이 우수 외국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탄소저감설비 도입을 유도하기 위한 ‘녹색 전환보증’ 1조5000억원 공급 등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방안도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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