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 6명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것에 제동을 걸었다.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새 이사를 임명한 것이 적법한지를 두고 새 이사 임명을 보류시킨 것이다. 이 결정으로 방통위는 MBC 경영진 교체 등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 등 야권 추천 방문진 현직 이사 3명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신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방통위가 여권 추천으로 새로 임명한 이사 6명의 임기는 이에 따라 1심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재판부는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을 통해 2인 위원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법원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고 전했다. 방통위 측은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13조 1항),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13조 2항)는 방통위법 조문을 근거로 적법성을 주장했다. 방통위는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이뤄진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1면으로 다뤄
조선·동아, 문재인 정부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 직무 유지 강조
27일 9개 주요 일간지 가운데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8개가 이 사실을 1면으로 다뤘다. 9개 주요 일간지 중 서울신문만 1면에 해당 이슈를 다루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간지가 해당 이슈를 주요하게 다루고 사설로도 다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논조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의 직무가 이어지게 된 점을 강조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사설에서는 이러한 법원 결정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여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논조였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법조계에선 1심 판결까지 1년 이상 걸릴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방문진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사들을 주축으로 당분간 운영된다”며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1면과 이어지는 5면 기사 제목을 「‘文정부 방문진’ 체제 최소 1년 유지될듯… MBC경영진 교체 제동」으로 뽑고 “여권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을 필두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MBC 경영진 교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문재인 정부때 주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이 이미 임기가 종료됐지만 그때까지 직무를 지속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돼 주요 현안을 놓고 여야의 충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5면 기사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이달 12일 임기 만료된 이사 9명은 법원의 본안소송 판결까지 임기를 지속한다”며 “지난달 31일 방통위의 여권 몫 이사 6인 선정으로 방문진은 여야 6 대 3의 구도를 갖게 됐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을 통해 기존대로 여야 3 대 6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여권은 KBS에 이어 MBC에 대한 공영방송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 있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방문진 이사 교체 후 2026년 2월까지 임기인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해임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불투명하게 됐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1면에 「법원, MBC 방문진 새 이사 임명 제동」 기사를 실었고 4면에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법원에 또 발목 잡혔다」,
조선일보 4면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민주당 우위 구도의 종전 방문진 이사들은 이미 3년 임기가 만료됐지만, 당분간 더 직을 수행하게 된다”며 “현 정부가 임명한 방문진 신임 이사 6명 취임이 중지되면서 현 여권의 MBC 경영진 교체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법원, 방문진 이사 임명 제동 MBC 사장 교체도 일단 스톱」 기사를 실었고 5면에는 「방문진, 야권 우위 구도 당분간 유지…야당 반색, 여당은 당혹」 기사로 해당 이슈를 다뤘다.
한국일보는 1면에 「방문진 새 이사 선임안 법원, 집행정지 인용 “2인 방통위 의결하자”」에 이어 8면 「야권에 기울어진 방문진 당분간 유지…MBC 정부 비판 이어갈 듯」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슈를 다뤘다. 한국일보는 8면 기사에서 “이로써 야권에 기울어진 방문진 구성이 당분간 유지되고, MBC는 윤석열 정보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썼다.
경향·한겨레, 대통령 방송장악 의도 실패 강조 논조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부의 방송장악이 실패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경향신문 1면 기사 제목은 「‘MBC 사장 교체 시도’ 제동걸렸다」였다. 경향신문은 3면 전체에서 ‘방문진 신임 이사 효력 정지’를 다루며 「“2인 방통위 입법 목적 저해” KBS 이사진도 논란 불거질 듯」,
경향신문 3면 기사 「스텝 꼬인 대통령실 “항고심 지켜볼 것”」은 “대통령실 입장에선 자승자박 결정을 한 셈”이라며 “결과적으로 법원이 MBC 측 손을 들어주면서 대통령실의 다음 스텝은 모두 꼬이게 됐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면에 「법원, ‘이진숙 방통위’ 방송장악에 제동」에 이어 3면 「2인 체제, 졸속 심사 문제 지적…이진숙 탄핵심판도 영향권」 등으로 이슈를 다뤘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정부의 ‘방송 장악’ 행보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겨레 사설 “대통령, MBC 장악하려다 망신 당했다”
동아일보 사설 “정부가 자초, 방통위 모습 참담”
관련 사설을 쓴 곳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였다.
경향신문은 사설 「법원의 ‘2인 방통위’ 방송장악 제동, 사필귀정이다」에서 “법원 결정은 물불 가리지 않고 공영방송 장악을 밀어붙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상식적 판단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공영방송을 집권 전리품처럼 틀어쥐려는 반민주적 폭주를 멈추고, 그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이진숙 방통위’ 제동 건 법원, 방송장악 헛된 시도 멈춰야」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한국방송(KBS)에 이어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방송까지 장악하려다 이런 망신을 당했다”며 “방통위는 현 정권 출범 후 한상혁 위원장을 내쫓고 ‘3인 체제’로 운영하다 이동관 전 위원장 때부터 ‘2인 체제’가 됐다. 방통위법에 의사정족수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인데, 당시 법원이 이를 제대로 간파한 것”이라 짚었다.
이어 한겨레 사설은 “이번 판결은 윤 대통령의 이런 시도가 방송의 자유와 공익성을 침해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는 일침과도 같다. 윤 대통령은 위법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하고 민생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 ‘2인 방통위’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서 “이 같은 결과는 방통위를 기형적으로 운영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며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사실상 ‘식물 방통위’가 될 공산이 크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이 극에 이른 결과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대응하고 방송의 자유와 공익성을 높일 목적으로 설립된 방통위의 모습이 참담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법원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사설은 쓰지 않았지만 「방송 정쟁 싸움터 된 국회 과방위, 과학기술 분리해야」라는 사설에서 “눈만 뜨면 MBC로 싸우고, 해가 지면 방통위원장 문제로 다퉜다. 인공지능(AI) 기본법, 소프트웨어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 이공계 지원 특별법 등 과학기술계에서 시간이 없다고 처리를 호소했던 법안들은 마냥 뒷전으로 밀렸다”며 “과방위 주력이 과학기술이 아니라 정쟁의 무대인 방송”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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