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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연간 10만개…리사이클링 산업 과제는?

IT조선 조회수  

전기차 보급 확대로 폐배터리(EOL,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도 각광받고 있다. 

이브이링크 직원이 자사 S/W 신속정밀진단기를 활용해 폐배터리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 이브이링크
이브이링크 직원이 자사 S/W 신속정밀진단기를 활용해 폐배터리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 이브이링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폐차 발생량은 2023년 17만대에서 2030년 411만대, 2040년에는 4227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수명이 통상 10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2027년부터 폐배터리가 연간 10만개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폐배터리의 재사용(약간의 보수를 거쳐 다시 사용) 및 재활용(금속 등 원자재를 추출)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 안에는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자원 등 재사용 및 재활용할 잔존 가치가 포함돼 있다. 또 폐배터리를 활용할 시 원자재 채굴, 가공,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기후위기, 자원안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40년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은 2383기가와트(GWh)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 중 재사용은 1163GWh, 재활용은 1221GWh 규모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글로벌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2040년 2089억달러(289조4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폐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전기차에서 나온 폐배터리는 잔존 수명에 따라 리사이클링 방식이 나뉜다. 전기차 수리용으로 재제조할지, ESS 등으로 재사용할지, 금속 추출을 위해 재활용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잔존용량, 출력수명 등 잔존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폐배터리 분해 공정. / SNE리서치,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폐배터리 분해 공정. / SNE리서치,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우선 안전을 위해 배터리를 방전시킨 후 배터리의 생산 이력과 성능 이력 등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고장이나 차량 사고 이력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 외관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모듈과 팩을 분해해 배터리의 전압, 절연 상태, 통신 상태 등을 검사한다.

보통 잔존 수명이 65% 이상인 폐배터리는 다시 팩과 모듈로 재조립 후 에너지 저장 장치(ESS), 무정전 전원 장치(UPS)에 재사용된다. 재사용 배터리 가격은 신규 배터리의 30~70% 수준이다.

잔존 수명이 낮아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배터리는 건식 혹은 습식 공법으로 배터리 내 유가금속을 추출해 다시 배터리 소재로 제조하는 재활용 산업에 사용된다. 재사용에 비해 폐배터리 활용에 제한도 없고 배터리 산업 전체의 원료 가격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원료 시장에서 리사이클 광물이 2040년까지 60%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들은 재사용보다 재활용 기술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폐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 비율은 각각 20%, 80% 수준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핵심 거점은 유럽…진출 쉽지 않아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는 올해 2월부터 배터리법을 시행했다. 해당 규제는 2031년까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스크랩(폐기물)은 32만톤 이상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리사이클링 업계도 유럽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럽 내 폐배터리 전처리 과정은 100% 역내에서 처리하고 있다. 해외로 반출해 처리하기에는 운송비가 많이 드는 데다 운송 규제도 까다로워서다. 

문제는 유럽 지역 내 배터리 재활용 설비의 70%를 현지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국내 기업은 헝가리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 2곳을 설립한 성일하이텍 정도다.

국내 업체들은 유럽 내에서 전처리로 얻은 블랙파우더(폐배터리를 잘게 자른 가루)를 수입해 자원을 추출하는 후처리 공정을 주로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전망이 불확실하다.

EU가 올해 3월 발표한 핵심원자재법(CRMA)에 따르면 EU는 2030년까지 유럽 내 연간 전략원자재 재활용 역량을 15%로 늘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유럽이 향후 블랙파우더가 역외로 나오는 것 자체를 규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사이클링 업계가 유럽 지역 진출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계, 친환경ㆍ원료 수급 각축전

국내 리사이클링 업계가 유럽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로 높은 투자비용과 유럽의 강력한 환경 규제가 꼽힌다. 높은 임금으로 공장을 짓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후처리 공정에서는 폐수와 탄소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 규제에 맞추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내 업계는 친환경 기술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2026년 1분기까지 친환경 폐수 재사용 공정인 BMED(Bipolar Membrane Electro Dialysis)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폐수를 황산, 염, 물을 따로 분리해 다시 습식 공정 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BMED에 사용되는 막이 매우 비싸 공정 비용이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으나 성일하이텍은 기술 확보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이아름 성일하이텍 책임연구원은 올해 7월 24일 ‘SNE 배터리 데이 2024’에서 “국내에서 멤브레인 기술이 확보되면 설비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다이렉트 리사이클링’도 차세대 친환경 리사이클링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다이렉트 리사이클은 배터리 양극에 코팅된 활물질을 녹이지 않고 물리적인 힘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건식, 습식 공법에 비해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 단계라 알려졌으나 최근 중국 리사이클링 업체인 화유코발트가 다이렉트 리사이클링을 연내 도입할 예정이라 밝히면서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원찬 화유코발트 부총경리는 “LFP는 올 연말에 다이렉트 리사이클링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고, NCM 계열도 내년에 구출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해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시스템’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은 원료 수급부터 리사이클링, 심지어 셀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뜻한다.

에코프로의 친환경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 에코프로,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에코프로의 친환경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 에코프로,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에코프로는 수산화리튬(에코프로이노베이션), 전구체(에코프로머티리얼즈), 리사이클링(에코프로씨앤지) 등 재활용 양극재 생산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지난해 3월에는 SK에코플랜트와 업무 협약을 맺어 유럽 내 원료 수급부터 최종 양극재 생산까지의 밸류 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도 EU 규제 본격 대응…”경제성만 따져서는 안돼”

정부도 EU의 배터리법 등 국제 규제에 대응하고 국내 EOL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배터리 전 주기 이력관리 시스템▲폐배터리 성능평가 도입▲재생원료 인증제▲폐배터리 장착 제품에 대한 안전 검사 의무화▲관련 정책위원회 신설 등의 정책을 국회 상정까지 마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2025년 중 ‘재생원료 인증제’을 도입할 계획이다. 재생원료 인증제는 신품 배터리 제조에 재활용 원료가 얼마나 투입됐는지 확인해 주는 제도다. 배터리 제조에 재활용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EU 배터리법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인증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 2027년까지 배터리 전 주기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력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합 포털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는 배터리 제조부터 전기차 운행·폐차, 사용 후 배터리 순환이용까지 전 생애의 정보를 관리하고 민간과 공유하는 제도다. 배터리 제품별로 상태와 잠재적인 문제점을 공유해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U 규제로 리사이클링 산업은 누군가 무조건 해야 하는데, 국가가 경제성만 고려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IT조선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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