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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외교관들 ‘노스’ 말할 때 치욕”…탈북 리일규가 알린 김정은 독재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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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연구모임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 참석…탈북 후 첫 공개 행보

“北 고립 가장 큰 이유 3대 세습…김정은 극단의 공포정치 실시”

“친북 성향 국가들조차 같은 취급 받는 걸 꺼려해…내 국가 창피”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26일 오후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북한 외교관들은 (외국에) 나가서 제일 먼저 하는 게 이 배지부터 떼서 주머니에 넣습니다.”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 줄 압니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하는 연구모임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에서 북한 외교관 활동 당시 이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리 전 참사가 언급한 ‘배지’는 초상휘장(肖像徽章)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우상화의 표식이다. 리 전 참사는 “북한 고립의 가장 큰 이유는 ‘3대 세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리일규 전 참사는 2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에서 ‘3대 세습과 고립 외교’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해당 포럼은 각각 통일부 장관과 차관을 지낸 권영세·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의 주도로 열렸다.

리 전 참사의 공개 행보는 지난해 11월 탈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외무성의 대표 남미통으로, 2013년 파나마에 억류되었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의 억류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리 전 참사는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과 미래가 없다는 암담함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를 비롯해 북한의 모든 국가 업무가 김 씨 일가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의 관례와 정상적인 흐름에 역행해서 오직 ‘수령 지키기 외교’, 평화·안보·인권·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체제 합리화 및 위업 정당화’를 하다 보니 결국 고립을 자초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의 대외 관계가 가장 전성기를 맞았던 시기는 ‘김일성 시대’ 때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주·평화·친선에 기초해 세계 모든 나라와 친선 협조 관계를 발전시켰다”라며 “김일성은 알제리·인도네시아 등 비동맹운동 회원국들 순회방문하고 비동맹운동 회원국 국가수반들을 평양에 초청해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등을 주도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일 시대’로 들어서면서 대외 관계가 위축되기 시작했다고 리 전 참사는 평가했다. 리 전 참사는 “자주·평화·친선의 이념에 기초하여 우리(북한)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 관계를 발전시켰다”라면서도 “국가 외교의 목표는 ‘체제수호’로 전환됐고, 외무성의 주요 업무는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저지하고 협상을 통한 시간 벌기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반미·반서방적인 동시에 반중국적인 러시아를 한반도 문제에 적극 끌어당겨 북핵 문제에 대한 초점을 분산시키고 각국이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이한 주장을 제기하도록 유도했다”라고 덧붙였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26일 오후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리 전 참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장 후 북한의 고립·고압 외교가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할 정도로 핵에 집착하지 않았느냐”라며 “김정은은 정치적 지반 없이 집권한 관계로 다소 불안정한 국내외상황 관리 및 장악 등의 목적으로 핵 및 미사일 시험과 함께 극단의 공포정치를 실시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김정은은 당을 가장 우선시하다 보니 국가외교보다는 사회주의 집권당들과의 당외교를 선행해 해당 나라 당들이 국가외교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전략을 추구했다”며 “국가외교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당국제부가 국가외교까지 거의 완벽하게 접수·지휘하다 보니 국제외교관례나 상식에서 벗어난 터무니없는 지시들이 수시로 하달됐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북 성향 국가들조차도 북한과 같은 취급을 받는 걸 꺼렸다는 게 리 전 참사의 주장이다. 리 전 참사는 “외교 관계자들을 만나 열심히 설명하고 선전 활동하지만 상대측은 마지못해 청취하는 수준이었다”라며 “북한은 상대측이 하지도 않은 지지 발언이나 입장 표명을 유도한 뒤 이를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지하는 것처럼 선전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리 전 참사는 “가장 가슴 아프게 외교 고립을 느낀 것은 주재국 주민들의 시각”이었다며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는 것을 외교관들이 가장 싫어했다. ‘사우스(South·남한)’냐 ‘노스(North·북한)’냐 물어보면 ‘노스’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치욕스러운지 몰랐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내 국가가 창피스러운데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리 전 참사는 “다른 건 몰라도 최소 대북 문제만큼은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게 아닌 초당적이고 변함없는, 일관성 있는 원칙을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을 마쳤다.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여당의 대북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8·15 통일 독트린’과 관련해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재추진할 전망이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인권 증진을 위한 연구 및 정책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보류하면서 8년째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포럼의 대표의원인 권영세 의원은 “통일은 우리의 시대적 과제이며 통일은 단순한 구호와 탁상공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의원을 맡고 있는 김기웅 의원도 “국제 정세나 북한의 태도가 아주 어렵지만, 이럴 때 우리가 통일 의지나 통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마지막 임무인 것 같다”라며 “통일에 대한 우리 5000만 국민, (북한의) 2700만명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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