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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회사도 이러면 언론에 나오는데, 지상파 방송사에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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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방송사 비정규직 투쟁 해결을 위한 해법 찾기’ 토론회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종면·이기헌·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엔딩크레딧·직장갑질119 공동주최로 열렸다.
▲‘끝나지 않는 방송사 비정규직 투쟁 해결을 위한 해법 찾기’ 토론회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종면·이기헌·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엔딩크레딧·직장갑질119 공동주최로 열렸다.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해온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 받는 사례가 늘어가지만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언론도 방송사 대응을 감시하지 않으면서 왜곡된 대응이 극단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종면·이기헌·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엔딩크레딧·직장갑질119 공동주최로 ‘끝나지 않는 방송사 비정규직 투쟁 해결을 위한 해법 찾기’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방송노동자들이 ‘노동자성 인정’ 뒤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졌다고 증언했다. ‘무늬만 프리랜서’ 또는 언론사 노동 사건을 담당해온 노동법률가들도 참석했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는 이날 “최근 수년간 노동자성 인정 사례가 극히 소수의 사례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며 “그러나 방송사들의 대응은 상식적이지도 당연하지도 않았다.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대응 사례들은 추가됐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노동위원회 초심과 재심에서 모두 노동자성을 인정 받은 KBS 시사교양 작가는 노동위 심문회의 때부터 ‘법률적으로 져도 작가를 정규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측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김 노무사는 “결국 이 작가는 행정지원직으로 근로계약했고, 타 지역으로 전보돼 수신료 징수 업무를 담당한다. 정규직이 기피하고 업무 강도도 높은 업무”라고 했다. 이어 “최태경 아나운서의 경우, 경남지노위와 중노위가 모두 노동자성을 인정했지만 CBS가 ‘프리랜서’로 복직을 시켰던 극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 사진=김예리 기자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 사진=김예리 기자

하은성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장)는 “방송사 대응이 되풀이를 넘어 진화하고 악랄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회사가 해고를 했다. 그럼 노동위에 가고, 해고예고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방송사들이 이제 ‘말려죽이기’를 한다”며 “내부 구성원엔 ‘정규직 전환 유례가 없다’며 이간질하고, 싸우는 비정규직 당사자에게 고립감을 준다. 일반 회사도 이렇게 대응하면 언론에 나오는데, 지상파 방송사에서 이런 일이 자행된다”고 했다.

광주MBC에서 2016년부터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한 김동우 아나운서(가명)는 “광주MBC는 ‘그 월급으로 어디 한 번 버텨보라’는 전략이다. 더없이 부적절하고 참 나쁜 태도”라고 했다. 그는 노동청 진정을 제기한 뒤 2022년부터 일감이 대폭 줄어 3분의 1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노동청과 검찰 통지서, 노동위원회 판정문에는 제 입사 일자가 ‘2016년 4월25일’이라는 판단이 동일하게 적시됐다. 그러나 김낙곤 대표이사와 변호사들은 8년의 근속 경력을 부정하고 신입사원 대우를 강요한다”고 했다.

김남헌 춘천MBC PD는 ‘해고’ 뒤 3년 만에 1심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 받았지만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춘천MBC가 언론노조에 ‘판결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던 입장을 뒤집고 항소했다. 김 PD는 “회사는 정규직이 아니라 1년 단위 계약직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사측이 김 PD가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증거자료를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김 PD는 “1심 재판 도중 정규직 선배와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을 법원에 증거로 했다. 최헌영 춘천MBC 사장은 증거자료에 있던 험담 대화를 언론노조와의 복직 교섭 자리에 들고 나왔다”고 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언론노조 측이 복직과 무관한 일을 복직 조건 논의에 끌어들이지 말 것을 요구한 뒤 회사가 교섭을 거부했다.

▲이산하 ubc울산방송 아나운서와 김남헌 춘천MBC PD. 사진=김예리 기자
▲이산하 ubc울산방송 아나운서와 김남헌 춘천MBC PD. 사진=김예리 기자

방청객들은 ‘언론장악’이 쟁점인 국면에 ‘공정방송’을 외치는 방송사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발언을 청해 “오늘 자리가 착잡하고 안타깝다”며 “춘천MBC, 광주MBC 현재 두 사장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노동탄압을 받았다고, 공정 언론이 탄압받는다고 인터뷰하셨던 분들이다. 정작 사장이 되고는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MBC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소송 중인 간접고용 노동자 A씨도 “사람들이 ‘(방송장악되지 않고) 마지막 하나 남은 보루’라고 말하는 MBC인데, 그 이면에서는 앞에서 지적한 그런 일들을 벌인다”고 말했다.

방송작가인 김은진 MBC차별없는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장악’ 국면에 방송사 내부의 차별을 상대로 한 싸움이 더 어려워진 현실을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교롭게도 오늘 발언자 대다수가 MBC 노동자다. MBC를 향해 목소리 내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들 의심한다. 정치 대담 프로그램을 하며 만난 수많은 의원도 MBC에 문제 삼길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MBC가 잘 싸우고 있지 않느냐’고 한다”며 “그러나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노동의 문제”라고 말했다.

‘차별없는노조’ 소속 방송작가들은 부당해고 승소와 근로감독으로 노동자성이 인정된 작가들이 속한 노동조합이다. 차별없는노조는 MBC가 이들을 방송제작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방송지원직’ 직군을 신설하고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만들어 적용한다며 근로감독을 청원했다.

토론 중 광주MBC 경영 담당 팀장이 소속을 밝히길 거부하는 동행인과 방청하다 퇴장을 요구받는 일도 벌어졌다. 광주MBC 아나운서의 발언 직전, 진행을 맡은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가 “부적절하다는 것은 아실 거라 생각한다”며 퇴장을 요구하자 광주MBC 측 인사는 “(퇴장) 요청하신 겁니다”라고 말한 뒤 일어났다. 이 담당자와 동행인은 소속과 토론회 참석 취지를 묻는 현장 기자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토론에 나서지 않았으며 관련 질문에는 “잘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거듭해 방청객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가 “어떤 지점을 지켜보실 수 있고, 정책과 연관 지을 수 있을지 말씀해 달라”고 묻는 등 추가 질문들이 이어졌으나 “잘 전달하겠다” 또는 “잘 처리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방통위 담당자는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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