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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만화 같은 일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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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이기고 우승한 뒤 응원석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한일 양국에서 뜨거운 화제다. 바로 일본의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즉 여름 고시엔대회에서 우승한 사건이다.

올해는 3700여 학교가 참가해 치열한 격전을 벌인 끝에 불과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 오르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고교야구가 지역 대표성을 인정받으면서 큰 인기를 누린 시절이 있었지만 프로야구 출범 후 시들해졌다. 반면에 일본에선 고교야구, 그중에서도 고시엔 대회의 인기가 그대로 이어져 아직도 국민적인 관심사다. 고시엔 결과가 포털 속보로 뜬다. 고시엔 본선 경기장을 한번이라도 밟아본 적이 있을 경우 그게 그 사람의 평생 이야기꺼리가 될 정도다.

각 고교들은 지역 대표 자격으로 고시엔 대회에 출전한다. 그렇다보니 지역민 전체가 열광하는 축제가 됐다. 교토국제고도 이번에 교토 대표로 출전했고, 우승하자 교토 지역 언론이 호외를 발행했다. 이번 결승이 더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관동 관서, 그리고 전현 수도 격돌이었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의 결승 상대팀이 도쿄에 있는 관동제일고였다. 교토는 관서 지역에 있는 과거의 수도이고 도쿄는 관동 지역에 있는 현재의 수도다. 두 자존심 강한 지역이 맞붙자 관심이 폭발했다.

일본에서 고시엔은 원래 청춘만화의 이미지가 있다. 청춘의 꿈과 열정은 일본 청춘만화의 중요한 코드인데 고시엔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열정이 그 단골 소재였다. 이번엔 특히 조건이 매우 열악하고 작은 학교이며, 비록 자존심은 크지만 물리적으론 관동 도쿄보다 열세인 관서 교토 지역의 학교가 우승하자 더욱 청춘만화 같은 감동적인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것인데 이게 한국에서까지 주목 받은 건 교토국제고가 바로 ‘민족학교’였기 때문이다. 1947년에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돈을 모아 만든 민단 산하의 교토조선중학교가 이 학교의 전신이다. 학교가 점점 위축되면서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고 1999년에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단을 창단했다. 그랬던 것이 이젠 야구 특화 학교 이미지까지 생겼다.

지금은 일본인 학생이 70%에 달할 정도가 됐지만 한국어 교가를 유지하고 있다. 야구부 기숙사 입구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있고, 교실엔 태극기와 애국가 그리고 한국어 교가 등이 걸려있다. 홍인인간 휘호까지 걸렸다. 이 학교가 2021년에 처음 고시엔 본선에 진출하자 한국어 교가 때문에 우익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교가 대신 일본어 응원가를 만들어 내세우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학생들이 나서서 ‘우리 교가를 계속 내세우자’고 했다고 한다.

올해 마침내 고시엔에서 우승하자 NHK에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이어지는 한국어 교가가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줬다며 축하했고, 일본 일각에선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SNS에 혐한 게시물이 올라와 교토부 지사가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일각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대체로는 전교생 160명에 남학생이 70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학교의 고시엔 우승을 축하해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 학교 야구부는 대부분 일본인들이라서 이 우승에 과도하게 민족감정을 대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국 정신을 잃지 않은 민족학교의 팀이 일본에서 정상에 섰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건 사실이다.

이 학교는 너무 작아서 야구장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돈이 없어서 찢어진 공을 테이프로 붙여서 썼다고 한다. 전지훈련 갔다가 우연히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기아 구단이 야구공 1000개를 선물했고, 그 공으로 훈련해 고시엔 우승에 이르렀다. 현재 기아 측에서 더 많은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미담과 감동이 계속 이어지는 사건이다. 아마 이 사연은 언젠가 영화나 만화 등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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