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위증교사 의혹
100만원 이상 유죄·실형 여부 관건
결과 따라 정치지형 변화 도모하며
‘李 일극’ 대항 구체적 움직임 예상
이재명 체제 2기 출범과 동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10월 위기설’이 힘을 받고 있다. 가을이 다가옴에 맞물려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비명(비이재명)계의 움직임도 기지개를 켰다.
야권 잠재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최근 복권된 데 이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선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연일 DJ(김대중 전 대통령)와의 인연 그리고 적통을 자임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지속 중으로, 이르면 10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위증교사 1심 결과가 어떨지와 함께 이들의 행보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총리가 강연과 라디오 출연 등을 중심으로 외곽 활동에 시동을 걸고, 오는 9월 광화문에 사무실을 낼 예정이다. 김 전 총리는 대국민 접점을 넓히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다시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4·10 총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수행을 마치고 잠행을 한 지 약 5개월만의 재등판이다.
김 전 총리 측은 “윤석열 정부가 권위주의와 독재화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김 전 총리가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는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 김동연 지사의 존재감 부각과 별개로 우선은 독자적인 행보를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으며, 민주당에서는 불모지인 대구에서 당선됐을 만큼 정치권의 지역주의 극복, 외연확장 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데도 TK 지역 출마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재명 대표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20대 국회에서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 당선됐고, 국회의원으로서는 4선 의원을 지냈다. 또 4·10 총선 국면에서는 비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을 두고 “시스템 공천이 훼손되고 있다”는 쓴소리를 하며 이 대표와 각을 세운 바 있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4·10 총선에 이어 8·18 전당대회를 거치며 ‘일극체제’를 재확인, 이재명 대표의 입지만 더욱 견고해진 상황이다. 김 전 총리의 재등판을 비롯한 비명계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배경에는 이 대표의 법적 지위가 바뀌는 상황이 깔려 있다. ‘이때 이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린 행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27년 대선 전에 이 대표의 하급심에서라도 공직선거법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기타 사건으로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피선거권이 문제가 돼 ‘대선주자’로서 스크래치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겨냥한 비명계의 목소리와 정치지형 흔들기 행보가 증폭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우 과거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일하며 김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김 지사가 2022년 4월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신분이었을 때의 첫 공식 행보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였다. 이처럼 김 지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져 온 민주당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역할을 계속해 자임하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새로운물결의 대권주자였던 김 지사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에게 단일화를 해줬다. 직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해 당선, 민주당내 ‘잠룡’으로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김 지사는 민주당 당내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서슴지 않으면서 차별화에 나서왔다. 또한 비명계를 경기도 정무라인에도 속속 배치해 오던 상황이다. 일례로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전 의원은 오는 26일부터 경기도의 정책 자문기구인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김 지사는 26일 오후 전 전 의원에게 도정자문위원회 위촉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비명계 몸풀기와 맞물려 지난 6월부터 모임을 가져온 ‘초일회’도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해 이목을 끌고 있다. 초일회는 박광온·강병원·김철민·박용진·송갑석·신동근·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 비명계 전직 의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공천 ‘비명횡사’ 인사들의 모임이다. 양기대 전 의원을 간사로 하고 표면상으로는 ‘친목’을 표방하고 있다. 초일회는 6월 초에 가동돼 현재까지 3번가량 모임을 가졌다.
초일회의 앞으로의 역할론과 관련,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 누구를 이 대표의 대항마로 세울지에 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데 무게가 쏠린다.
당장 초일회에는 과거 이 대표와 당권경쟁을 하고 민주당 내의 양심세력을 대변하며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꼽힌 박용진 전 의원이 참여 중이다. 이들이 ‘3김’ 중 한 명의 지지 세력으로 거듭날지, 아니면 3김 외에 폭넓은 시야에서 비명계의 구심점을 고려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연말에는 야권에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지사의 귀국까지 예정돼 있다. 김 전 지사가 귀국 후 언제 국내 정치 무대에 복귀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 전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로 함께 향했던 ‘마지막 비서관’이다. 지난 2012년·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수행팀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도 꼽힌다.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지난 6월 다시 영국으로 출국하면서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고, 갈등의 조정자가 돼야 한다”며 “그런 역할을 잘해 나가고 있는 나라들을 찾아보고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해 보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귀국 후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답했다. 김 전 지사는 영국에서 공부를 마친 뒤 독일에서 머물다 올해 연말 귀국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과 함께, 오는 10월 16일 치러질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이 대표의 ‘동진 확장성’에 대한 물음표가 붙으면서 김 전 지사의 귀국에 더욱 이목이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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