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1 야드라도 전진하자…발품 팔아야”
‘친근한 동네 아저씨’ 이미지 부각…”나는 보통 사람”
빌 클린턴 “내가 늙었다고 생각…트럼프는 더 늙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는 연설”
“이제 마지막 쿼터이고, 공격권은 우리에게 있다. 강력하고 준비된 우리 공격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을 들고 있다. 우리가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식축구 코치였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현재 민주당이 필드골을 내어준 상황이지만 모두 힘을 합쳐 총공세를 펴면 역전할 수 있다”고 표현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듯했다.
월즈 후보는 이어 “현장에서 뛰는 민주당의 지지자들에게 작전을 전달하려 한다”며 “한 번에 1야드(약 0.9m)라도, 안되면 1인치라도 전진하자. 상대 팀(공화당)보다 전화 한 통이라도 더하고 문을 한 번이라도 더 두드리고 5달러(약 6600원)의 기부금이라도 더 내자”고 외쳤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를 가득 메운 5만여명의 민주당 대의원·당원들은 ‘코치 월즈’라는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힘껏 흔들며 “싸워서 이기자!”를 연호했다. 전당대회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주인공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면 셋째 날의 주인공은 월즈 후보였다.
이날 자신의 최대 강점인 ‘친근한 동네 아저씨’ 이미지를 한껏 부각했다. 그는 “나는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인 네브라스카주 뷰트 마을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동기는 고작 24명이었다”며 “24명 중 아무도 예일대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작은 마을, 작은 학교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법을 누구보다도 잘 배웠다”고 말했다.
월즈 후보는 “모두 알다시피 이후 나는 24년 동안 자랑스러운 미국의 군복을 입었다. 나의 아버지 또한 한국전쟁 참전하는 등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며 “나는 집 근처 만카토 고등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미식축구 코치로 일했다. 정치 경험도 없고 돈도 없던 나는 40대 교사이자 평범한 여러분의 이웃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카토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그에게 정치에 대한 꿈을 심어줬다. 교사로 재직하던 2004년 학생들과 함께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선 후보 선거 유세에 참석하려 했다. 그러나 행사 경호팀이 민주당 스티커를 붙이고 있던 한 학생을 문제 삼아 월즈 일행을 모두 쫓아냈다. 이에 격분한 나머지 민주당 선거캠프에서 일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즈 후보는 “공립학교 교사를 과소평가하지 말아달라”며 “나는 농촌 경제를 성장시키는 법을 알고 퇴역 군인을 돌볼줄 안다”며 “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타협할 줄 아는 지혜도 배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비교하며 해리스 부통령과 자신이 중산층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공화당은 항상 자유를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기득권을 위한 자유다”며 “공화당의 자유는 권력을 남용할 자유, 기업들이 물과 공기를 오염시킬 자유, 은행들이 고객을 착취할 자유를 뜻한다. 반면 민주당의 자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더 나은 생활을 이어갈 자유, 의료 치료를 받을 자유, 총기 위협 없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자유다”라고 역설했다. 이날 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월즈 후보의 연설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누구나 이해하기 쉬웠고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월즈 후보는 공화당이 비판의 소재로 삼는 난임시술에 대해서는 “불임이라는 지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모를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아내 그웬과 나는 몇년만에 딸이 태어났을 때 바로 이름을 지었다”며 딸 ‘희망(Hope)’과 아들 거스의 이름을 부르며 “너희들이 내 세상의 전부”라고 했다. 장내 카메라가 난임시술로 얻은 딸과 학습장애가 있던 아들 거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비치자 환호와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에 희망과 기쁨을 가져다줄 대통령이 될 것”이라 말하며 연설을 시작한 그는 “맥도널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은 손님들에게 항상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며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도 미국을 향해 무엇을 도울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올해 78세가 됐다고 밝히면서 “나는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젊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리스크를 부각했다. 그는 1946년 8월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생일이 두 달 정도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 민주당 인사들과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가수 스티비 원더 등 연예인들이 찬조 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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