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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편견지사⑤] “특별히 남자 기사 배차를 요청한 오더입니다”…성차별에 생계 위협받는 여성들

투데이신문 조회수  

한 부자(父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사망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 도착한 의사가 아들을 보고 “난 수술 못합니다. 이 소년은 내 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글을 읽고 의아함을 느꼈다면 의사는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된 편견 하에 일종의 편향적 사고를 행한 것이다. 사실 이 의사는 ‘여성’이자 ‘아이의 어머니’였다. 이처럼 특정한 직업, 인종, 성별 등에 대한 고정된 기대나 선입견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제한하는 사고의 오류를 ‘마인드버그’라고 말한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들 말하지만, 실제 일터에서는 금남금녀의 벽과 임금 차별, 성차별로 가득차 있다. 실제 「투데이신문」이 현장에서 만난 보육교사, 간호사, CEO, 메이크업 아티스트, 대리운전 기사, 플로리스트, 자동차 정비사, 소방관 등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편향적인 관점을 지적했다. 

이에 연재 기획 [남녀편견지사]를 통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직업을 택한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성평등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아냈다.

대리운전 기사 김온유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리운전 기사 김온유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왕보경 기자】 ‘여자가 첫 손님이면 재수가 없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등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시각을 담은 말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러한 표현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을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다.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10명 가운데 4명이 여성일 만큼 운전하는 여성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도 도로 위에서 여성 운전자를 무시하는 행태를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운전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성별을 막론하고 ‘김 여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운전이 미숙하다는 어떠한 통계와 증거도 없지만 이러한 표현은 여전히 사용된다.

성차별과 편견 속에서 운전대를 잡은 여성들이 있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도로 위를 달린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고정 관념 속에서 그들은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김은유씨(가명)는 이러한 편견에 맞서 4년째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대리운전 기사로서 겪어온 수많은 고충들을 이야기했다. 김씨와 그의 동료들이 겪었던 일들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성 역할에 대한 이해와 태도를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김은유씨가 본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업무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은유씨가 본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업무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성희롱’이 다반사…범죄 노출 우려 높은 여성 기사들

김씨는 남편과 이혼 후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당시 사무직종에 일했던 그가 받는 봉급으로는 아이를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보험료를 제하면 200만원 정도만 남았다.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김씨는 몸은 편하지만 봉급이 적었던 일반 사무직을 그만두고, 생산직, 식당 등 다양한 곳들을 전전하며 살았다.

그러다 김씨는 30년 전 잠시 발을 들였던 대리운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전보다 체계화되고, 활발해진 시장에 전업 대리운전 기사로서 일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김씨는 지난 2021년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다. 

해본 일 중 어느 일이든 쉬운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대리운전 기사로 일을 하며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김씨가 가장 힘들었던 일은 술 취한 남성들의 ‘성희롱’이었다.

이런 일들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번은 술에 취한 고객이 5만원짜리 지폐를 내밀며 김씨에게 명백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취객은 차에서 내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쥔 지폐를 흔들며 김씨를 조롱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김씨는 그 사건 이후 몇 달 동안 분노와 불쾌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하루 이틀 겪었던 일이 아니었지만, 계속되는 진상 고객의 성희롱에 김씨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녹음기를 켰다. 김씨가 본보에 공개한 음성본에는 일종의 성매매 제안을 암시하는 노골적인 성희롱성 발언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녹음본을 가지고 가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당시 신체적 접촉이 없는 언어적 성희롱은 고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러한 일을 겪었던 건 김씨뿐만이 아니다. 그의 여성 동료들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김씨는 본인은 경호원 출신이다보니 물리적으로 남성 고객들과 맞설 수 있는 상황이지만, 모든 여성 기사들이 그렇게 대범하게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객이 남성 기사 배차를 희망하는 경우 여성 기사들은 해당 콜을 잡을 수 없다. ⓒ투데이신문
고객이 남성 기사 배차를 희망하는 경우 여성 기사들은 해당 콜을 잡을 수 없다. ⓒ투데이신문

업체의 자체적인 ‘펜스 룰’… 여성 기사는 더욱 난항

여성 기사들은 고객들의 부적절한 행동과 언행으로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본연의 업무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하는 울타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을 고용한 대리운전 업체 측에서는 선제적으로 여성 기사들을 배제하고 있으며, 남성 고객들의 불편함을 사지 않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는 “업체 측에서 관련된 알고리즘을 공개한 적이 없다. 미국의 경우 알고리즘 공개가 의무화된 상황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 밝혀진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업체가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에 따라 기사 성별을 구분하고 여성 대리기사들을 의도적으로 차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리기사들이 콜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어플에는 남성 전용 또는 여성 전용이라는 옵션이 있다. 남성 전용은 남성 기사만 잡을 수 있는 콜이고, 여성 전용은 여성 기사만 잡을 수 있는 콜이다. 

주로 남성 고객들은 남성 기사를, 여성 고객은 여성 기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대리운전 이용객 중 남성 비중이 높은 만큼 여성 기사들이 잡을 수 있는 콜의 개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그만큼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잡는 콜의 개수는 수익과 직결되고 이는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성 기사들이 잡을 수 있는 콜이 남성에 비해 적은 만큼 가입하는 대리운전 업체 개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남성 기사의 경우 서너 개의 업체에만 가입하고도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여성 기사의 경우 운영 중인 대리운전 업체에 전부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의 경우도 총 7개의 업체에 달마다 수수료를 내가며 일을 하고 있지만, 수익은 남성의 60~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남성 고객들이 여성 기사 배차를 희망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종사자들은 대리운전 업체가 자체적으로 여성 기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주장한다. 

한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는 “회사에서 여성 기사들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며 “고객이 여성 기사를 원하지 않는 경우 배차 제한 문구가 뜨는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성별에 따른 배차 차별이 없다는 업체 측의 주장과 달리 김씨는 이미 잡아둔 콜도 고객이 여성 기사를 꺼린다며 뒤늦게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먼 곳까지 대리운전을 하고 귀가를 위해 자택 방향으로 가는 콜을 잡았지만 취소를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첫 차가 올 때까지 귀가하지 못해, 다음 날 일정까지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도 증언했다. 

대리운전 업체에서는 법인 회사와 계약을 맺고 대리운전 기사를 배차해 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법인 고객의 경우 여성 기사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그간 손님들의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자 여성 기사들을 콜에서 배제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어느 날은 남성 전용 오더 콜을 잡은 남성 동료에게 고객이 실제로 남성 기사를 요청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때 고객이 ‘집에만 빨리 가면 되지 (기사 성별이) 무슨 상관이냐’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건은 남성 손님이 여성 기사에게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하면서 발생하지만, 그 이후의 대처는 여성 기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결국 피해는 여성 기사에게 돌아온다.

대리운전 업체는 여성 기사를 보호하고, 이들이 평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닌, 이들을 울타리 밖으로 내몰고 있었다. 고객이 원하지 않더라도 사전적 조치로 여성 기사를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기사, 차별과 편견에 맞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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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은 여성 대리운전 기사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 시민 21명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대리운전 기사라는 직업을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는지 묻는 질문에 대다수가 ‘성실함’, ‘열심히 산다’ 등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 외에는 ‘중년 남성’, ‘아버지’ 등 특정 성별을 떠올리는 대답이 있었다. 대다수가 대리운전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21명) 중 38%(8명)이 여성 기사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답변을 내놨다. 야간에 주취자들을 상대하는 일인지라 위험도가 높고 특히나 여성 기사들은 남성 대비 범죄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응답자는 ‘남성 기사에 비해 여성 기사가 더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진상 손님 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 외에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운전을 잘하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여성 기사들의 운전 실력에 대한 불신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대리 운전, 버스· 택시 운전 등 남성 비율이 높은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들의 고충에 공감하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한 응답자는 ‘남성들 사이에서 텃세를 겪을 것 같다’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본연의 업무가 불성실하면 남성보다 더 지탄받는 게 우리 사회’라고 말했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에게 대리 운전을 맡길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21명)의 95%(20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 남성 응답자만 남자 기사와 있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여성 기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대다수는 성별에 관계 없이 여성 대리운전 기사에게 차를 맡길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몇몇 여성 취재원은 ‘술 취한 상황에서는 약자가 되는 기분이기 때문에 여성 운전 기사에게 맡기고 싶다’, ‘여성인 나로선 남성 대리운전 기사와 함께 있을 때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여성 기사에게 운전을 맡기고 싶다’ 등의 이유로 여성 대리운전 기사를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이렇듯 취재를 통해 성별에 따른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성 기사들이 능력에 대한 의심을 받는 경우가 있듯, 남성 기사들은 성범죄 우려 등으로 여성 고객들에게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차별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결국 남녀모두 부당한 선입견의 희생자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씨는 원활한 근무를 위해 총 7개의 대리운전 앱을 사용하고 있다. 수수료 비용이 상당하지만, 전체 콜 중 남성 전용 오더의 비율이 높은 만큼 다수의 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투데이신문
김씨는 원활한 근무를 위해 총 7개의 대리운전 앱을 사용하고 있다. 수수료 비용이 상당하지만, 전체 콜 중 남성 전용 오더의 비율이 높은 만큼 다수의 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투데이신문

업무 배제·성희롱…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2조7672억원이다. 대리운전 기사는 약 16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대리운전 노조에 따르면, 이 중 여성의 비율은 2% 가량로 약 3200명으로 추산된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주당 근로일수는 평균 6일 가량이다. 주중은 거의 모든 요일을, 주말은 하루 정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 근로일 중 야간노동(밤 10시~새벽 6시)을 하는 일수는 5일 정도,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평일의 경우 대기(휴식)시간을 포함해 9.5시간, 주말은 9.3시간으로 조사됐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2.3개의 대리운전 업체에 소속돼, 평균 3개의 배차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콜 수수료와 보험 가입 수수료 등을 업체에 선납하는 방식으로 대리운전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콜 건당 수수료는 1~2만원 정도며, 하루 평균 5~6건 정도의 콜을 수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별 편차가 있으나 월 평균 150~25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대리운전에 소요되는 비용이 월 평균 50만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앱 사용료, 콜 수수료, 월 20~30만원 가량의 보험료, 이동비용 등이 소요돼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보다 더 적다. 

이처럼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상황은 열악한데 그 가운데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살펴본 김씨의 사례처럼 여전히 여성 기사를 선호하지 않는 고객들이 존재하며,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남성 기사 전용이라는 이유로 평균적으로 하루에 3~4차례 가량 콜을 놓치곤 한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 A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될 때 ‘여성들은 우리 사회에 존재 가치가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고, 비참함을 느끼기도 한다”며 “우리의 노력으로 잘 살고 싶다. 그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한철희 국장은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은 이에 해당되지만 대리운전 기사 같은 특수고용 노동직들은 여전히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 국장은 “대리기사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대리운전 업체는 고객들이 여성 대리기사를 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실제 고객들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반응한다.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이를 막고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업계에서 소수에 불과한 여성 기사들은 극심한 차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은 이들은 다양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이들의 고충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풍당당여성대리기사모임·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에서 여성 기사들에 대한 차별 배차를 중단하고 공정한 일터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차별없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또 고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필요한 건 단순한 인사와 목적지 확인뿐 여성이기 때문에 한 번 더 받는 관심과 질문들도 편견에서 비롯한 성차별임을 호소했다. 

김씨는 “여성 기사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직장에서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이 동등하게 평가받고 업무를 수행하듯, 대리운전 업계에서도 여성 기사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 운전기사로 30년간 근무했던 B씨도 이같이 말했다. “여성 운전기사를 아직까지도 신기하게 보는 손님들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 기사들을 가볍게 여기며 손을 잡으려 하거나,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더 변화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국장은 “해외에서는 버스, 택시 등 운전직종에 여성들이 굉장히 많이 종사하고 있다. 중국은 여성 운전기사 비율이 90%을 넘을 만큼 그 비중이 상당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성 운전기사들에 대한 편견이 아직까지 공고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기사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될 수 있고,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원활하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이들도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공정하게 대우 받아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운전 기사 A씨도 “앞으로 태어날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떳떳하게 할 수 있도록, 여성들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국가적 차원에서 조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관심을 기울여야만 실질적으로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함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대리운전 노조는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이 겪고 있는 차별들을 언론에 알리고, 업체 측에 여성 기사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관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결된 것은 없다. 민간 차원에서의 대응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아무리 목소리를 내더라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정부 차원에서 여성 기사를 배제하는 업계의 관행과 고객들의 성희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명숙 활동가는 대리운전 기사들을 위한 성희롱 방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서 대리운전 기사들을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성희롱 진정을 할 수 있다는 규정과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개정 전이라도 행정부 차원에서 성희롱 방지를 위한 해석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운전 업체들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 방지를 위한 안내 문구를 고객에게 인지시켜, 모든 노동자들이 성별에 관계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법 개선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이 한층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토부 차원에서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의 실태 조사를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의 정확한 인원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며, 이로 인해 이들에 대한 권리 보장 또한 미흡한 상황이다. 국토부에서 실태조사와 이들이 겪고 있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많은 여성 기사들이 세대에 뒤떨어진 운영 방식으로 경력이 단절되거나,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근절돼야 합니다. 방어 차원에서 여성 기사들을 차별하거나, 배제시키는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앞으로 대리운전 업계가 변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대리운전 기사 김은유)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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