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공약대로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60%, 여타 수입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6%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는 조사국 거시분석팀 정선영 차장과 정동재·최준 과장, 안병탁 조사역, 경제교육실 이규환 과장이 참여했다.
한은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으로의 수출이 정체되고 지난해에는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등 대중 무역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대중 수출이 줄어든 자리를 대미 수출이 채우면서 올해는 21년 만에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이 줄어들면서 중국 수출 목적으로 생산된 재화의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최종생산에 쓰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단계의 중간재를 의미하는 ‘대중 수출연계생산’은 2000년 이후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GDP) 1.3%씩 증가했지만, 2010년 이후 0.9% 성장에 그쳤다.
대중 수출연계생산에는 ①중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중간재 ②베트남 등 제3국을 거쳐 중국에 수출되는 중간재 ③국내에서 추가적인 생산 단계를 거쳐 중간재 형태로 중국으로 수출되는 재화 등이 포함된다. 2020년 기준 모든 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전체 수출연계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수출통계 내 중국비중(25%)보다 높다.
한은은 대중 수출연계생산의 증가세가 둔화한 원인을 찾기 위해 수출연계생산에 대한 기여도를 최종수요 변화(수요)와 생산구조 변화(공급)로 나눠 분석했다. 수요 측 원인으로는 글로벌 및 정보통신(IT)경기 둔화와 중국 내수 부진 등이, 공급 측 원인으로는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 제고와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동 등이 포함됐다. 미·중 통상갈등은 수요와 생산 모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분석 결과 중국의 최종수요는 대체로 양(+)의 기여도를 보였지만 생산구조 변화는 2006년 이후 음(-)의 기여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1990년대 후반엔 섬유·의복 ▲2000년대 화학·철강 ▲2010년대 석유제품 ▲최근 IT산업 등 순으로 음의 기여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생산구조의 변화는 중국의 경쟁력 강화에 따른 중간재 자립도 상승, 생산기지의 동남아 국가 등으로의 이전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은은 미·중 통상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 현상이 심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 증가세는 더욱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들고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수입의존도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은 분석 결과 미국의 대중 관세인상은 우리의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을 최소 3%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대로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전기차 100%, 반도체 50%, 이차전지 25%)된 것을 가정한 추정치이다. 유럽연합(EU)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면 감소 폭은 최대 5%까지 확대된다.
만약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수출지표는 더욱 악화된다. 현재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 60%, 여타 생산국 제품에 10%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공약대로 관세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은 각각 6%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준 과장은 “향후 중국의 경제 성장 흐름이 개선되고 내수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수요측 요인에 의해 우리의 대중 수출과 수출 연계 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생산구조로 인한 하방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호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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