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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지재위원장 “지식재산 강국 되려면 법원 역할 중요…’전문판사제’ 도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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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지재위원장 '지식재산 강국 되려면 법원 역할 중요…'전문판사제' 도입 시급'
이광형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KAIST 총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KAIST 도곡캠퍼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적재산 전문 판사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식재산(IP) 관련 분야는 특수한 분야여서 재판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전문성이 높다는 것은 ‘내 권리’를 잘 보호해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전문 판사들이 없어 전문성이 낮다 보니 국내 기업들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 가서 소송전을 벌입니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입니다. 국내에 지적재산 전문 판사 제도를 도입해 전문성을 쌓아야 합니다.”

이광형(70·사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 겸 KAIST 총장은 23일 서울 강남구 KAIST 도곡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강한 특허 국가를 만들려면 법적인 다툼이 있을 때 법원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기술 특허, 콘텐츠 저작권, 디자인 같은 무형자산을 아우르는 지식재산 분야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 연구, 자문, 입법 권고 역할을 하는 대통령 소속 기구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는다. 이 총장은 지난달 29일 7기 민간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이 위원장은 지식재산 분야의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로 특허권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원의 전문성과 실효성 있는 배상 제도의 도입을 강조했다. 그는 “특허를 침해당한 기업이 소송을 해야 한다면 보상을 가장 세게 해주고 빨리 결정해줄 수 있는 곳을 찾지 않겠느냐”면서 “이는 법관이 특허 문제와 관련해 전문성을 갖춘 곳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텍사스·산호세 법원에는 몇 십 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전문 판사들이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 특허 재판이 이곳에 몰려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대담·정리=진동영 IT부 차장 jin@sedaily.com

이 위원장은 지식재산 전문 판사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미국 법원에서 전기자동차용 타이어코드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효성과 코오롱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해외에서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빠르고 올바르게 결정을 해준다는 것은 ‘내 특허’를 잘 보호해준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특허 재판에 대한 낮은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산업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리아 패싱으로 인해 한국에서 지식재산 관련 소송을 기피하는 것은 특허 출원 자체를 한국에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특허를 제대로 보호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으면 한국에서 사업 자체를 하지 않을테고 이는 결국 우리 산업이 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광형 지재위원장 '지식재산 강국 되려면 법원 역할 중요…'전문판사제' 도입 시급'
이광형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KAIST 총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KAIST 도곡캠퍼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 강국 도약을 위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 위원장은 기술·특허 등 지식재산의 보호를 위해 배상 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기술을 뺏기고 이에 대해 보상도 제대로 못 받는다면 누가 기술을 개발하겠느냐”면서 “기업이 (특허 기술을 쓰려면) 정당하게 기술 거래를 하도록 유도하고, 슬그머니 쓰다가 걸리면 왕창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야 거래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는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 같은 구상을 법조계에 꾸준히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임기 2년 동안 추진할 주요 목표로 특허 사업화 지원 강화를 통한 ‘글로벌 5대 지식재산 강국’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특허 출원 숫자로는 글로벌 빅5에 들어가지만 이를 사업화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전했다. 미국 글로벌혁신정책센터(GIPC)가 3월 발표한 국제지식재산지수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시스템 효율성(1위), 특허(2위), 상표(3위) 등에서는 최고 수준이지만 IP 사업화 부문에서는 31위로 매우 취약한 상태다.

IP 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직무발명보상금의 세율을 낮춰 개발자의 개발 의욕을 고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과세 기타 소득’으로 분류했던 직무발명보상금을 2016년 12월부터 재직 중인 경우 ‘근로소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최대 45%의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돼 로또 당첨금에 대한 세율(3억 초과 시 30%)보다 높아졌다. 이 위원장은 “5년, 10년씩 연구를 해서 나온 결과물이 시장에 팔리면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는 셈인데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거두면 연구자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우수한 연구 성과 창출을 통해서도 경제적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시장 수요 중심의 지식재산권 창출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전략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의 전 주기에 걸친 IP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민간·시장 중심의 IP 거래 활성화, 가치 평가 고도화 등 IP 사업화 진흥을 위한 구상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선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식재산 협력을 주도한 후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은 K팝으로 인한 한류의 영향, 가난한 나라에서 발전했다는 데 대한 벤치마킹 심리 등이 있어 호감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아시아에서 통합된 지식재산 출원 기구, 법원·중재재판소 등 분쟁 해결 기구 등을 설립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이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재위는 하반기 중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지식재산과 인공지능(AI)’ 국제포럼 및 아세안권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제 콘퍼런스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제 협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지식재산 정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식재산처 또는 대통령 비서실에 지식재산비서관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과거 국가 컨트롤타워로서 지식재산부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던 그는 “부처 형태가 여의치 않다면 미국처럼 대통령실에 지식재산비서관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지금은 각 부처·기관별로 지식재산 관련 협의를 하려고 해도 원활하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AI와 IP와의 관계에 대해 이 위원장은 “긍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AI의 침투로 인해 우려되는 게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AI를 통한 콘텐츠의) 개발은 계속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지재위원장 '지식재산 강국 되려면 법원 역할 중요…'전문판사제' 도입 시급'
이광형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KAIST 총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KAIST 도곡캠퍼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 정책의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 위원장은 게임 등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지재위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피력했다. 그는 “많은 콘텐츠가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하는데 현재 플랫폼 사업자와 저작권자의 관계는 불합리한 부분이 너무 많다”면서 “구글이 국내 기업들에 (수수료로) 30% 이상을 가져가는 것 같은데 국가별로 차별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재위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콘텐츠 보호 방안 등을 제안하고 개선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지재위가 국내 기업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플랫폼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저작권 보호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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