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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소사업장에 대한 행정 감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사내·외 도급사와 공동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이달 22일 아리셀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3명의 근로자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사고 이후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역량이 높은 대기업이 원청으로서 하청의 안전관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효과적이란 조언이다.
25일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원청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짜여지면서 산재사고 피해도 대다수 하청으로 몰리고 있다.
전체 사업장 중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망자 비율은 1998년 49.8%에서 2020년 80%를 넘었다. 작년에도 812명 산재사망자 가운데 50인 미만 발생 비중이 78.4%를 기록했다. 역으로 대기업인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재사망자가 줄면서, 산재에서도 양극화인 이중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중소기업은 고질적인 인력난과 경영난 탓에 안전관리 능력이 답보인 구조적인 한계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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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정부가 전체 사업장을 촘촘하게 관리·감독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하지만 산재대응 부처인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약 2300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감독관 1명이 2500여곳을 담당하는 구조여서 감독 사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원·하청 스스로 공동으로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 네트워크’가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기되는 배경이다. 여러 방안 중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이 대표적이다. 원청이 하청을 돕는 안전 활동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작년에만 모기업 329곳의 협력업체 3844곳이 참여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안전 관리 덕분에 작년 12월 참여 협력업체의 사고사망 만인율은 전년동기 대비 50% 줄었다.
특히 이 사업은 원청이 일회성 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전역량 강화를 결정한 게 긍정적이다.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 28개 참여 기업은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예산을 전년 보다 10% 이상 늘렸다. SK텔레콤과 현대인프라코어의 경우 700억 원대 상생협력펀드까지 운영하고 있다. 고용부가 6월부터 반도체를 시작으로 자동차, 통신, 철강, 바이오 등 업종별로 열고 있는 안전보건 상생협력포럼에도 대상 기업 90% 이상 참여했다. 현대차 안전 부문 관계자는 “작년엔 108곳, 올해는 200곳의 중소기업을 지원했다”며 “지원을 받은 한 협력사 대표는 ‘안전경영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업의 우려는 현장 수요만큼 지원 예산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예산은 작년 99억 원, 올해 118억 원을 기록했다. 내년 예산은 조만간 확정된다.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를 고려하면 내년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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