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2026년까지 서버, 인공지능(AI), 전장, 네트워크 등 분야에서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제품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장(상무)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삼성전기 제품학습회 세미나(SEMinar) ‘반도체기판 FCBGA편’에서 “최근 AI 기술 등에 의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FCBGA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따른 고성능 서버 및 네트워크, 자율주행 등 하이엔드 반도체기판 시장에 집중해 2년 내 고부가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칩은 ‘두뇌’ 반도체기판은 ‘신경·혈관’ 역할’
반도체기판은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칩을 두뇌로 보면, 반도체기판은 뇌를 보호하는 뼈와 뇌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각 기관에 연결해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반도체 칩은 메인 기판과 서로 연결돼야 하는데 메인 기판의 회로는 반도체보다 미세하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반도체 칩의 단자 사이 간격은 100㎛(마이크로미터)로 A4 두께 수준인 것에 비해, 메인 기판의 단자 사이 간격은 약 350㎛로 4배쯤 차이가 난다. 이에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이 바로 반도체기판이다.
′머리카락 굵기 20분의 1’ 마이크로 기술의 결정체, FCBGA
반도체기판 중 하나인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며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패키지기판이다. 주로 PC,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용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 사용된다.
황치원 상무는 반도체기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이 ‘미세 가공 기술’ 과 ‘미세 회로 구현’이라고 설명했다.
전자기기의 기능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부품도 많아지고 신호 전달에 필요한 길, 즉 회로가 많이 필요하고 복잡해진다.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길(회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면으로는 부족해 4층, 6층, 8층, 10층 등 여러 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층간에도 회로가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구멍을 뚫어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도금 과정을 거친다.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을 비아(Via)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8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면적 안에 50㎛의 구멍을 오차 없이 정확히 뚫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황 상무는 삼성전기가 A4용지 두께의 10분의 1 수준의 10㎛ 수준의 비아를 구현할 수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 비아 형성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신호가 지나가는 길인 회로는 부품의 단자가 많아지고 연결해야 할 신호가 많아지면서 회로 선폭과 간격도 미세화되고 있다. 제작 과정은 원하는 회로 두께만큼 도금 후 남는 부분을 코팅한 다음 화학 작용(에칭)을 통해 필요한 회로만 형성하게 된다.
황 상무는 “일반적으로 회로 폭과 회로간 간격이 8~10㎛ 수준의 얇은 선 폭을 구현해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다”라며 “최근에는 반도체 입출력 단자 수가 증가하면서 더 미세한 회로 구현을 필요로 하는데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인 5㎛ 이하 수준의 회로선 폭을 구현할 수 있는 미세회로 형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키지 기판 시장, 2028년 8조 규모, 연평균 14% 성장 전망
시장조사업체인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반도체기판 시장 규모는 2024년 4조8000억원에서 2028년 8조원으로 연평균 약 14%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와 같은 산업·전장 분야를 주축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업계는 로봇,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반도체 성능 향상에 대응할 수 있는 기판 기술이 절실하다. 특히 빅데이터와 AI에 적용되는 FCBGA는 대형화, 층수 확대, 미세 회로 구현, 소재 융복합화 등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삼성전기는 7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AMD(Advanced Micro Devices)와 고성능 컴퓨팅(HPC, High-performance computing) 서버용 FCBGA 공급 계약을 맺고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버용 FCBGA는 반도체기판 중 가장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으로 세계에서 하이엔드급 서버용 기판을 양산하는 글로벌 업체는 일부 업체에 불과하다.
서버용 CPU/GPU는 연산처리능력과 연결 신호 속도 향상 등 고성능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의 기판 위에 여러 반도체 칩을 한꺼번에 실장 해야 한다. 따라서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 FCBGA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2배 이상 많다.
그만큼 서버용 FCBGA는 기판의 대형화와 고다층에 따른 제품 신뢰성 및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한 제조 기술 확보와 전용 설비 구축 등 후발 업체 진입이 어려운 분야다.
삼성전기는 반도체기판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금액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부산과 베트남 신공장을 첨단 하이엔드 제품 양산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기 베트남 공장은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과 첨단 제조환경을 기반으로 지능형 제조 시스템을 운영하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적용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능형 제조 시스템을 통해 공장 내 모든 운영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분석해 라인 운영에 실시간 반영하고 있다.
또한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레시피를 자동으로 적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실시간 분석을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황 상무는 “삼성전기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 제품을 공급하며 기판 업계를 이끌고 있다”며 “2022년 10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한 이후 업계 최고 수준의 FCBGA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삼성전기가 110㎜ 이상의 초대면적화 기술, 26층 이상의 초고층화 기술, 수동소자 부품을 패키지 기판 내에 내장하는 기술을 확장시켜 반도체의 성능을 배가시키는 EPS 기술, 초미세회로를 기판에 직접 구현해 다양한 실리콘 디바이스를 하나의 패키지 기판에 장착해 성능을 배가시키는 기술 등 차세대 반도체기판 시장에서 요구하는 요소 기술을 확보해 고객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상무는 상대적으로 일본과 대만 기업 대비 FCBGA 후발 주자라는 지적에 “경쟁사와 생산능력에서 아직 차이가 있지만, 현재 기준으로 기술력은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AMD 외 고객사 다변화 추진 현황에 대해서는 “AI와 서버 분야 시장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삼성전기의 FCBGA는 글로벌 고객사를 타깃을 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중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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