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권역응급센터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을 밝히며 “현재 의료 체계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소속 남궁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서울 한복판의) 권역응급센터에서 혼자 근무한다”며 “구급차는 지역을 넘어 뺑뺑이를 돌고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은 일상이 됐다”고 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가운데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정부가 정하는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야간에는 중증 환자를 사실상 혼자서 진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궁 교수는 최근의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소개했다. 남궁 교수는 “얼마 전 한밤중에 서울 한복판에서 교통사고가 나 젊은 환자의 팔다리가 터져나갔고 혈압이 떨어진다고 했다”며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병원에서 거절당했다고 했다기에 수용해서 살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료할 곳이 없기에) 팔과 다리가 터지면 안 되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며칠 전부터 우리 병원도 밤 근무 결원이 생겼다. 나 하나만 추가로 출근하면 응급실이 돌아가기 때문에 추가 근무에 자원했다”며 “어제(22일)는 당직표에 없던 날이지만 출근했고, 출근하자마자 ‘부천 화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중환자를 살렸다”고 급박한 응급실 분위기를 전했다.
남궁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악화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는 여전히 아픈 병인데 그들을 입원시키는 일은 이제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누가 신경 쓰지도 않는다. 격리 지침도 사라졌고 수가(의료 서비스 대가)도 없어졌다”며 “코로나 환자를 그냥 다른 환자 옆에 입원시켜도 되는가? 상식적으로 안 된다. 이전처럼 격리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고경주 기자 /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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