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한동훈 대표와 당권을 놓고 다퉜던 나경원 의원이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적용, 이승만 기념관 건립 등 보수결집 의제를 가지고 연일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전대 당시 나 의원과 각을 세운 한 대표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이승만 기념관 조기 건립 간담회’에 참석한 친윤계 권선동 의원이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와 나 의원은 지난 전대 당시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외국인 최임 차등적용 의제를 두고 대립한 바 있다.
나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조기 건립을 위한 국민관심제고·국회지원 방안 간담회’를 열고 “최근에 광복회장 발언으로 여러 논란이 생기면서, 야당이 이를 기회로 이승만 대통령 관련한 비판과 공격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제대로 돼서 역사가 선택적이거나 권력자에 좌우되지 않게 하고, 이 전 대통령이 제대로 평가 받게 하는 게 저희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8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이어진 ‘뉴라이트’ 논란 와중에 보수 결집을 노린 정면돌파 전술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해 정부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정부의 연이은 ‘뉴라이트 인사’ 논란을 겨냥 “이승만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이 기회에 김구는 죽여버리자’, 이런 음모”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시 논란과 관련 ‘여론을 지켜봐야 한다’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었다.
이날 행사엔 ‘원조 윤핵관’ 권성동 의원과 더불어 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 등 당내에서 친윤계로 분류돼온 인사들이 참석했는데, 한 대표는 지난 21일 역시 나 의원이 주재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세미나’에 이어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도부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으로 이날 행사에 불참했지만, 21일 외국인 최임 세미나엔 참여해 행사 취지에 공감한다는 축사를 전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성동 의원은 “우리 당 태도가 답답해서 나왔다”며 “지난 광복절을 전후해서 대한민국 정체성 논쟁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이 거세게 공격함에도 우리당 지도부는 대변인 성명 외에는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실망했다”며 한동훈 지도부를 직격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친한계 측에선 장동혁 최고위원이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의원의 이승만 기념관 조기건립 행보와 관련 “개인적으로는 호응하겠지만 당 전체 차원에서 ‘우리가 당에서 다 같이 하자’까지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지금 이 시점에 그런 논란(건국 논란)들이 계속되는 건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한 대표는 지난 비대위원장 재임 시절엔 영화 「건국전쟁」을 시청하는 등 이 전 대통령 지지 행보를 보였지만, 채상병 특검법 등을 주제로 ‘민심’ 전략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광복절 논쟁을 두고선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등 여야 간 쟁점현안을 두고 벌어져온 한 대표와 친윤·비한계 간의 신경전이 ‘보수 의제’를 둘러싼 진영 내 대립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가령 나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최임 차등지급’의 경우 추 원내대표 또한 지난 6월부터 거듭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관련기사 : 한국이 ILO 의장국인데, 국민의힘 “외국인에 왜 높은 최저임금 줘?”), 한 대표의 경우엔 전대 토론회 당시 이를 두고 나 의원과 대치한 바 있다.
한 후보는 지난달 16일 열린 당대표 후보 TV 토론회 당시 외국인 최임 차등지급을 주장하는 나 후보를 겨냥 저도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을 두면 효과적일 것 같다”면서도 “저희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그냥 가입국이 아니라 차별금지 협약을 비준한 나라”, “최저임금을 외국인하고 차별하는 법안을 만들었을 때 여러 가지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등 반대 입장에 섰다. (☞ 관련기사 : 국민의힘 전대, 폭력사태 이어 이번엔 ‘극우 경연대회’?)
이날로 취임 한달 째를 맞은 한 후보는 이날도 본인의 총선 당시 간판 의제였던 ‘격차해소’를 “주요 정책목표”라 강조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분배보단 성장을 중시하는 게 자유민주주의 보수정당의 기본철학”이라면서도 “키운 파이를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게 잘 나누는 격차해소에도 중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격차해소는 순전히 약자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고도 했지만, 성장 대 분배라는 진보-보수 간의 의제갈등에 얽메이지 않겠다는 합리적 보수 성향을 강조한 셈이다.
한동훈표 ‘1호 특위’인 격차해소 특별위원회의 조경태 신임 위원장은 지난 22일 취임식에서 “이민자 격차, 원청과 하청노동자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이런 새로운 갈등들이 (사회에) 많아졌다”며 경제성장과 복지를 아우르는 “생산적 복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한동훈표 분배 정책’이 연구될 것으로 보이는 해당 특위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보수의제 발굴에 나선 국민의힘 원내 의원들 간의 정책적 공감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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