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은 새로운 시대에 청년이 주도하는 발전적 시대를 도모하기 위해 매년 두차례 청년플러스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청년들이 직접 주제를 선정한 제6회 포럼의 키워드는 ‘AI 리터러시’다. AI 리터러시는 AI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그 기술을 의미 있고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앞으로 AI와 함께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에게는 필수적인 역량으로 요구된다. 오는 9월 26일 오후 2시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AI 리터러시 함양의 필요성과 중요성, 활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포럼 개최에 앞서 이번 포럼의 연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리터러시와 관련한 △활용 △창업 △전략 △무경계(예술) △윤리 △미래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포럼 유정원 에디터】 AI의 급속한 발전은 예술계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영화 산업에서도 AI가 새로운 창작 도구로 자리 잡으며, 기존의 제작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최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국내 최초로 AI 경쟁 부문이 신설됐으며, 이는 AI가 영화 제작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러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청년 감독 배준원은 AI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영화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영상연출을 시작해 현재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연출을 공부 중인 배준원 감독은 AI 영화 「폭설」을 제작해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기술상과 관객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독창적인 시각적 경험을 창출한 결과다.
이렇듯 배준원 감독은 자신의 독창적인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AI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장르를 탐색하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배 감독은 AI와 영화의 융합은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 리터러시로 예술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확장할 것임을 확신했다.
「투데이신문」은 배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떻게 AI와 함께 새로운 창작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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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원 영화감독이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배준원이라고 한다. 글을 쓰고 영화 연출을 하고 있으며, 단순히 영화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IP 개발, 웹툰 연계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Q. 요즘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현재 한일 합작 단편 영화를 제작 중이다. 이 작품은 나중에 장편 영화와 연계해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그 단편 영화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Q. 지난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폭설」(Snowfall)이라는 작품으로 AI 부문 기술상과 관객상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수상할 줄 몰랐다. 갑자기 이름이 두 번이나 불려서 정말 놀랐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제이기도 하고, 독보적인 장르 영화제라서 정말 감사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Q. 감독님은 AI를 활용한 영화 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러한 화제성을 실감하고 있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점은 느끼고 있다. 사실 작품 자체보다는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더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저는 AI를 바탕으로 모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 작업에만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 제작한 「폭설」과 같은 작품은 세계가 멸망하는 느낌의 코즈믹 호러적 분위기가 중요한데, 이를 미리 구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AI를 활용하게 됐다. 작업 과정에서는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톤을 유지하기 위해 실사본을 먼저 촬영한 후, 이를 바탕으로 AI를 학습시켜 14분 분량의 작업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는 직접 썼다. 하지만 「폭설」은 일본어도 함께 사용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번역 검수와 같은 여러 공정을 거쳐야 했지만 ‘클로드 AI’ 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본어 대사를 변환하는 작업을 했다. 일본인에게 직접 확인받아 본 결과 매우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전체적인 영상이나 이미지에 AI를 많이 사용했다. 실제 촬영된 푸티지(footage)를 바탕으로 학습시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음성 부분에서도 기존 영화의 배우 음성을 학습시켜 음성 자체를 AI로 완전히 만들어 냈다.
Q. 영화 제작 과정에서 AI를 많이 활용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AI로 할 수 있는 영역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었을 것 같다.
사실 AI가 연출은 할 수 없다. AI는 제가 연출한 것에 대한 이미지나 기술적인 부분을 구현해주는 데 가깝다. 컷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구도를 이끌어 나갈지는 전부 다 제가 결정했다. 이후에 어떤 컷이 들어가고, 어떤 무빙이 들어가는지 등에 대해서는 AI를 많이 사용했다. AI가 창작자들의 보조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AI가 영화 한 편을 완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하나의 작품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토리와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그 부분까지 포함된 완결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작업은 아직까지 AI가 넘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총괄하고, 전체적인 과정을 조율하는 것은 인간이 해야 한다. 다만, AI는 예산에 자유롭지 못한 예술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나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AI 기술이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많이 발전해 있어 놀랐다. AI를 활용해 얻은 이미지나 영상의 퀄리티가 예상했던 것보다 뛰어났다. 이러한 발전 속도와 퀄리티라면, 나중에는 정말 엄청난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2년만 지나도 많은 것이 대체되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기존의 직업들이 많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다만, AI를 잘 활용하는 인간이 그렇지 않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제는 AI를 활용해야만 하는 시대다. 몇 년만 지나면 AI는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는 도구로,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보편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앞으로 AI는 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더 나아가 배고픈 창작자들이 더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창작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력과 재능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AI는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경계를 없앨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Q. 이번 작업은 AI와의 협업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AI를 도구로서만 활용했다고 보는지.
사실 반반인 느낌이 있다. 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를 다 만들어 놓았고, 스토리보드를 통해 컷이 어떻게 진행될지 정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AI는 이미지를 똑같이 재현해 준다든지, 더 나은 재현을 해준다든지 하는 역할을 했는데, 가끔 AI가 제안한 다른 각도의 샷들이 더 나은 경우도 있어서 그걸로 대체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AI를 도구로만 사용했다기보다, 어느 정도 AI와 협업이 이뤄진 작업이었던 것 같다.
Q. 만약 「폭설」을 AI를 활용하지 않은 일반 영화로 찍었다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보는가.
사실 AI가 아니었다면 아예 만들 수 없었을 것 같다. 만약 실사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AI가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영화 속 설산 장면이나 몸이 터지는 장면, 위령제 같은 장면을 단편 14분짜리 영화에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작업이었는데, AI 덕분에 이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일반 영화와 AI 영화를 모두 제작한 경험이 있는데, AI를 활용한 작품이 가진 특징이나 장단점이 있을까.
사실 아직 AI는 불안정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호러 장르나 독특한 영화에서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 AI가 출력한 이미지들이 기이하게 변해 그 과정에서 기괴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이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실제 영화였다면 이런 느낌을 내기 어려웠을 것 같다.
현재 AI 영화는 대화를 주고받는 형태를 만들기가 어렵고, 감정선보다는 이미지나 배경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래서 이번 「폭설」에서도 대화 장면을 만들기가 어려워 내레이션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른 AI 영화들도 내레이션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많다. 그래서 AI 영화는 장르나 내러티브 구조에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Q. AI 영화 속 인물의 초상권이나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일단 캐릭터의 인물을 직접 스케치해서 AI에 학습시켰다. 다른 배우들의 이미지를 사용하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윤리적인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래서 원하는 이미지를 미리 스케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AI에 학습시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다른 작업들이나 AI 사이트에 올라온 그림들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배우들의 이미지를 학습시킨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직접 스케치한 이미지를 사용했다.
Q.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창작 영역에서는 AI가 사람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한 의견은.
10여 년 전만 해도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1위 분야로 그림 창작 같은 창의적인 영역을 꼽았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그림 창작과 같은 창의적 영역이 가장 먼저 AI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당시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앞서 말했듯이 AI를 잘 활용하는 인간이 그렇지 못한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우리가 하던 일들이 변화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느낌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직업이 완전히 사라진다기보다는, 그림이나 컨셉 아트를 그리는 사람은 컨셉 아트 디렉팅과 같은 새로운 역할로 전환될 수 있다. 직접적인 그리기 작업은 AI가 대체할 수 있지만,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최종적인 과정에서 마지막 역할을 맡게 되고 그 과정의 일부 또는 대부분은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Q. 예술가의 관점에서 AI 리터러시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또 예술가들은 AI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일단 AI 자체가 작업 대부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AI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영역들을 함께 해나가는 도구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AI만을 활용해 어떤 작업을 하면, 결국 AI가 뽑아낼 수 있는 퀄리티나 성질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그러다 보니 모든 과정이 양산형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고, AI가 인간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인간이 AI를 자유롭게 요리할 수 있는 하나의 재료로 삼는 것이 더 좋겠다.
Q. AI를 활용해 작품을 또 만들 생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가.
앞으로 AI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작업할 것 같다. 만약 AI로 작품을 만든다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현재 제 자본이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제작이 불가능한 영화를 미리 만들어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만들 수 없는, 아이디어는 많지만 풀어내지 못한 작업들을 AI를 통해 실현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I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AI를 두려워하거나, 혹은 자신이 AI보다 못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언제나 컴퓨터보다 못한 존재였지만, 우리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만의 고유한 성질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AI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하길 바란다. 청년들이 살아가면서도 그 창의성을 계속해서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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