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가 23일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 대회 ‘고시엔’에서 도쿄 간토 다이이치고를 꺾고 정상에 섰다. 1999년 이 학교 야구부가 만들어진 이후 고시엔 우승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학교가 야구 명문으로 거듭나기까지 과정을 소상히 공개했다.
백 교장은 라디오에서 교토국제고는 교토에 거주하는 재일교포들이 1946년에 결성해 이듬해 세운 학교로, 1947년 ‘교토조선학교’로 정식 인가받고 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출생 탓에 인구 수가 줄면서 재일교포 학생 수가 감소했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꺼낸 비책이 바로 ‘야구’ 였다. 백 교장은 “당시 이사진들 그리고 동포들이 모여 어떤 방법으로 학교를 살릴까 의논하다가 1999년에 야구부를 창단을 하고 학생 수를 늘려보기로 했다”며 “처음에는 야구부 성적이 형편없어서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야구부의 성과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백 교장은 “성적도 향상되고 또 많은 승리를 거두면서 본교에 지원하고자 하는 중학생이 점차 늘었다”며 “우리 학교 전교생 160명 중 야구부원이 6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백 교장은 교토국제고의 스카우트 기준도 소개했다.
그는 “중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입학할 때 야구부로 들어오겠다는 아이들의 선발 기준이 몇가지 있다”며 “첫째가 영리함, 둘째가 근성, 셋째가 성실이다.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지금이 실력 좀 떨어지더라도 스카우트를 하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산속에 있는데, 이 산 계곡을 하루에도 수십 바퀴 뛰면서 체력과 정신력을 길렀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야구부원이라도 야구만 하는 게 아니라 일반 교과시간에는 수업에 참여해 한국어, 한국 역사, 한국 무용, 태권도 등을 배운다고 한다.
백 교장은 일본 열도에 퍼진 혐한 정서때문에 심한 ‘헤이트 스피치’에 시달렸던 일화도 털어놨다.
고시엔은 본선에 진출한 뒤 승리를 거둔 학교의 교가를 구장에서 부르는 전통이 있다. 이 전통에 따라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지자 일본 내 혐한 세력의 타깃이 된 것이다. 백 교장은 “지난 2021년에 저희가 4강 올라갔을 때는 (혐한 정서로 인한 헤이트 스피치가) 아주 심했다”며 ”이후 자정 움직임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이번에도 한 5건 정도 헤이트 스피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최윤아 기자 /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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