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지난해 7월, 강기정 광주 시장은 ‘경제고용진흥원’과 ‘상생일자리재단’을 통합해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을 출범했다. 단순한 ‘일자리 매칭’에서 나아가, 고용-경제-상생까지 고려한 일자리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초대 수장은 김현성 대표가 맡았다. 국내 굴지의 광고기획사에서 출발해, 서울시 디지털 보좌관, 중소기업유통센터 초대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경제 전문가’로 활약해 온 만큼 그가 가져올 변화에 주변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카페에서 김현성 대표를 만나 취임 1년의 소회를 들어봤다.
– 지난해 7월 ‘경제고용진흥원’과 ‘상생일자리재단’이 통합해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으로 출범하고 1년을 맞았다. 재단의 초대 대표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시대정신을 기반으로 양과 질의 시너지를 내고자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이 출범했다. 목적과 성격이 다른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또 한편으로 소통과 연결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후 1년동안 쉼 없이 소통하며 달려왔다. ‘듣는 것이 정책이다’라는 마음으로 청책(聽策)의 시간을 보냈다.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답을 찾고 행동하며 실천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 1년간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의 대표 자리는 매 순간 신속한 결정을 통해 성과를 내야 했다. 특히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사태가 그랬다. 신속하게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법정관리 개시명령을 진행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최근에는 거대 배달앱 플랫폼으로부터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간략히 소개하면 광주시의회에서 배달의민족 독립선언식 진행, 8.15 광복절 배민 독립 1,000인 디지털 서명 운동, 공공배달앱 점유율 10% 올리기 캠페인 제안 등이다. 또한 골목 소상공인들의 제품을 상품화하여 연계하는 밀키트 사업 MOU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 디지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디지털 경제 수도 광주’를 내세웠는데, 광주가 디지털 경제 수도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말한다면.
“광주가 디지털 경제 수도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은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광주는 공동체성이 강하다. 광주는 광주만이 가지고 있는 5.18 정신을 바탕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특징이 있다. 어떤 특정 이해집단을 위해 편파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 공동체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높은 시민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새로운 경제 전환 과정에서 아직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패도 없었다. 오히려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기 때문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앞서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초대 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내세워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 기조를 재단에서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에서 디지털력을 높여가고 있다. 소상공인 디지털전환실을 신설했다. 우선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1만 입점을 지원하려고 한다. 또한 디지털 상공인 포럼을 통해 디지털 전환한 소상공인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교환하고 새로운 커머스 인사이트를 나누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소상공인 주도성과 중심성을 키워갈 생각이다. 소상공인은 많은 경쟁력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스타트업 투자보다 소상공인 투자가 훨씬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 연구논문으로도 나온 것이 있다. 이들의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중요하지만 기업이나 스타트업처럼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도 정책적으로 많이 발굴되면 좋겠다. 정부와 공공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향후에는 소상공인들이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 소상공인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세계 경제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독점 플랫폼에 대한 로컬 소상공인의 사용 수수료나 정산기일 이슈 등이 그 예다. 처음에는 상생을 이야기했지만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다음에는 소상공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로 전락해버려 지역 상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은 앞장서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는 등 소상공인 보호의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시는 것 같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 정부 또는 공공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영감을 받은 건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와 중국 시진핑 정부의 ‘애국소비’ 전략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정부와 공공의 역할은 스스로가 상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감을 받은 선례처럼 정부와 공공이 해야 할 역할의 핵심은 ‘수요 혁신’이다. 과거에는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구조였지만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이끈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요가 만들어지고 적극인 상태로 변화되면 공급이 알아서 쫒아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 본다. 그래서 제가 슬로건처럼 만든 것이 ‘지산지소(地産地消)’다.”
– ‘지산지소(地産地消)’는 무슨 뜻인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란 뜻이다. 예전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국지적 지역 내에서 매칭이 됐다. 하지만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는 지역의 소비자뿐 아니라 지역 내에 있는 전국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당근마켓을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로컬 플랫폼이 소비자의 위치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을 먼저 노출하고 추천하는 것이다. 다양한 행사나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지역 내 생산자가 지역 안에 있는 전국의 소비자와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지산지소가 이뤄지려면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러한 수요에 맞춰 유통 판로 개척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커머스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나 공공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구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물류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부담을 덜어 주는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2의 광주형 일자리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광주가 물류 차원의 유통 리더십을 선점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차별화된 아이디가 있다면.
“비용 부담을 최소화는 측면에서 소상공인 매장에 설치되는 스마트오더와 관련해 QR주문 같은 비장치형이 확산돼야 한다. 현재는 키오스크나 태블릿 등을 중심으로 고정형 장치가 설치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용과 효율 그리고 손쉬운 접근이란 측면에서 QR주문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골목상권의 상인들 같은 경우에는 대중화된 밀키트 기술 등을 접목해 돕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는 이러한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고 11개 제품을 선정해 이제 곧 상품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2030년까지 광주에 복합쇼핑물 3곳이 생긴다. 이는 호남권에서 유통의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통과 상품화 기술이 뛰어난 대기업들과 지역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복합쇼핑물과 연결된 상품화 지원센터 같은 곳을 만들어 언제든지 소상공인들이 상담받고 제품 상품화 등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목표와 비전은.
“로컬은 위기이자 기회다. 현재 지역은 저출생 문제 등으로 소멸의 위기까지 맞고 있지만 결국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든다. 로컬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이 안에서 로컬만의 새로운 전략을 만든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시대가 아니라 도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절망보다는 희망으로, 도시의 시대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내는 자 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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