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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리셀, 납품일정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제조 공정…화재 이어져”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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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총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는 법 기준에 맞지 않는 비상구와 안전·소방 교육 미실시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 총체적 안전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수사 결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2개월간의 집중수사를 통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18명을 입건하고, 이 중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인력 공급업체인 한신다이아 경영자,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등 4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 사고가 총체적인 부실로 피해가 컸다고 결론내렸다.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 결정에 따라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고, 불량률 급증 미조치, 발열전지 선별작업 중단 등 일련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다. 또 비상구 설치 규정 미이행 등 소방 및 안전과 관련된 부실로 피해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군납 과정에서 ‘시료 바꿔치기’ 등 부정행위를 통해 품질검사를 통과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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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납품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정 가동

아리셀은 올해 1월 11일 방위사업청과 총 34억원 규모의 리튬전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2월(8만3724개)과 4월(8만3733개), 6월(6만9280개), 8월(6만9292개)에 리튬전지 납품을 약속했는데, 4월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4월분 납품을 위한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이 중단된 것이다. 아리셀은 리튬전지 재생산에 착수했지만, 5월 1일부터 매일 70만7169원의 지체상금이 부과돼 화재 발생일 기준 3800여만 원이 지체된 상황이었다.

이에 더해 6월분 납기가 도래함에 따라 5월 10일께 매일 5000개 생산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아리셀 공장 측이 보유한 기존 자원만으로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했다.

공장 측은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5월 이후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했다. 이로 인해 불량률이 급증했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불량도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공장 측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생산을 강행했다. 또 별도 안전성 검증 없이 6월 8일 이후 발열전지 선별 작업을 중단했고, 분리·보관해오던 발연전지도 양품화했다.

화재 사고 이틀 전에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적정한 조치 없이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다.

결국 사고 당일인 6월 24일, 이틀 전 폭발했던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 전해액이 주입됐던 전지들이 공장 3동 2층으로 이동됐고,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화재가 발생했다.

◇근로자 교육 부실…비상구도 법 기준 미달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은 리튬 및 염화티오닐 등 위해·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으로, 관련 법에서 정한 기준의 비상구가 설치돼야 한다.

화재발생 장소에선 총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 비상구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중 일부는 피난 방향이 아닌 발화부 방향으로 열리도록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항상 열릴 수 있게 돼야 하나 보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또 비상구로 연결되는 대피로에는 전지트레이 등이 적치돼 비상구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메이셀 근로자 대다수는 비상구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고, 인력 공급 업체를 통한 근로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시 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시 긴급조치·대피요령 등에 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 건물은 2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임에도 피난계획 등이 포함된 소방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피난훈련을 포함한 소방훈련과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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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시료 바꿔치고 데이터 조작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아리셀 측이 국방규격 적합 여부를 심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사 과정에서 검사용 시료를 몰래 바꿔치기 하거나 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4월 17일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아리셀 관계자들이 별도로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꿔치기하는 CCTV 영상 및 전자자료 등을 확보했다.

아울러 경찰은 2021년 최초 군납 물량 수검시부터 ‘수검용 전지’를 별도 제작했고, 용량검사 통과를 위해 시료 바꿔치기 및 조작된 데이터를 활용해 국방기술품질원 검사를 통과한 후 군에 납품했다는 다수의 증거와 진술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지시로 장기간 다수의 관계자들이 공모해 이뤄진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이날 박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본부에서는 화재발생의 원인을 확인하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입건하고, 책임이 중한 피의자에 대하여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화재사고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군납전지 납품 관련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수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군납전지 납품 과정의 문제점과 리튬전지 관련 규정의 미비 등에 대해 해당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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