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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부의 독특한 저항문화 뿌리는 왜 연구대상일까?

최보식의언론 조회수  

[최보식의언론=한정석 전 KBS PD]

아래 글은 본지의 입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합니다.(편집자)

전라도 지리산 유역에는 ‘아기장수’ 설화가 널리 분포한다. 내용은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해 생략한다.

이성계가 남원에서 14세 어린 왜구의 수장 아기발도를 화살로 쏘아 꺾었을 때, 아기발도는 기병 2,000명, 함선 600척을 거느리고 있었다. 문제는 바로 이 기병이었다.

학자들은 이 말()들이 일본 이키나 대마도에서 배로 실어 날랐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당시에 왜구들이 배에 말을 실어 나른 기록이 없었다. 무엇보다 아기발도 그 자체 기록이 일본 측 사서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왜구는 대개 일본 전국시대에 다이묘들의 후견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함선 600척에 기병 2,000이면 보통의 군소 다이묘의 능력으로는 불가하고, 유력자여야 했는데, 그렇다면 반드시 기록이 있어야 함이 합당했다.

그러면 도대체 이 아기발도는 어디서 온 것인가.

‘고려사절요’에는 한반도 남부에 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16세기 조선의 해안가는 거의 왜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기발도가 있던 14세기 말에는 한반도 남부는 사실상 왜구들의 지배 하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말이 왜구지, 후백제인들과 후신라인들이 왜인들과 연합해 한-왜 교역으로 생활하는 세력이었을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일본 학계에서는 거의 정설이다. 국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진입된 상태다.

이렇게 보면 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거쳐 명을 치고 자신이 황제에 오를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다. 고려 말의 왜구 상황은 16세기 조선에서는 더 확대되었고, 토요토미는 실제로 조선이 왜에 복속되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아기장수는 무슨 상관인가?

아기장수 설화는 바로 아기발도의 전장터인 남원(황산) 유역에서 지리산 영역에 골고루 분포한다. 

메시지는 ‘관군에게 탄압받아 희생된 불쌍한 민중 혁명 리더’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한반도 남부에서 토착왜구의 기원은 생각보다 역설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명칭을 보면 ‘아기발도’는 고려군이 붙인 이름인데, ‘발도’는 몽골어 batur(바툴), 즉 장수, 영웅을 뜻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면 아기발도를 왜구 측은 무엇이라 불렀을까. 힌트는 아기장수의 이름 ‘우투리’에 있다.

일본어에서 대인(大人)을 오또나(おとな)라고 부른다. 훈몽자회에는 ‘능(能)’에 대해 ‘엇디’라고 표기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어로 남자를 ‘오또꼬(おとこ)’라고 부르는데 훈몽자회에서 ‘남(男)’은 그 훈과 음이 ‘아ᄃᆞ 남’이었다. ‘아ᄃᆞ 男’.

즉 중세에 일본과 고려에서는 장부(丈夫)에 대해 ‘오또/아따’/우뚜'(모음은 가변적)라는 명칭을 붙였을 가능성이 있고 ‘우투-리(우두-머리)’는 이 범주 안에 있다고 여겨진다. 한(韓)-왜(倭)동거가 낳은 공통 현상일 것이다.

아기발도와 아기장수 설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매우 조심스럽다. 대개는 이를 한반도 남부에서 이성계에 대한 평가로 연결한다. 하지만 그들도 사실 미루어 짐작하는 바는 일본 학자들과 다르지 않다.

전라도와 제주도, 부산, 마산 경남의 독특한 저항 문화의 역사는 어쩌면 그 뿌리가 대단히 깊을 수도 있다. 그들이 왜구이고, 왜구가 그들이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민족주의 사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억압적이고 미디어적인가. 모든 장소와 시간에는 저마다 사람들의 실존적 독자 영역이 있는 것이다.

#아기장수설화, #마산항쟁, #저항문화역사, #민족주의사관,

최보식의언론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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