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과 등장인물이 기억나지 않아 TV 음성 명령을 실제로 쓸 일이 많지 않았다. 가족 간 대화로 추론하거나 힘들게 검색을 해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인공지능(AI) TV에 “형사들이 치킨 파는 영화 찾아줘”라고 얘기하니 순식간에 천만영화 ‘극한직업’을 찾아줬다. 자연어 기반 맥락을 이해하고 답변을 해주는 AI 음성 기술 덕이다.
삼성전자는 22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디지털연구소(R4)에서 이처럼 AI 홈 라이프의 중심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AI 스크린’ 경험 기술을 공개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삼성 AI 스크린의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통해 ‘AI TV=삼성’이라는 공식을 써가고 있다”며 “AI 라이프의 구심점 역할을 맡은 삼성 AI TV가 집안의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기기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소비자들의 일상이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 요소를 언급하며 “궁극적으로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여러 기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스크린들이 고객의 취향과 맥락을 파악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퍼스널(Personal) AI’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I 홈 라이프 대중화 위해 ‘타이젠 OS’ 7년간 무상 업그레이드
삼성전자는 이날 2024년 삼성전자 AI TV를 구매한 고객에게 향후 7년간 새로운 AI 기능이 탑재된 타이젠 OS 업그레이드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타이젠 OS 7년 업그레이드는 2023년형 일부 제품도 해당된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운영체제인 타이젠 OS는 삼성전자 TV에 적용된 세계 최대 스마트 TV 플랫폼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2억7000만대 이상의 삼성 스마트 TV에 적용돼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제조사들 제품에 타이젠 OS를 공급하며 타이젠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7월에는 유럽 명품 TV 브랜드 로에베(LOEVE) 스텔라 TV에 타이젠 OS를 탑재했다.
“AI 홈 라이프 중심은 TV”
AI TV는 집안의 스마트 기기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준다.
AI TV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허브가 내장돼 있어 별도의 허브 기기 없이도 집안의 AI 가전과 조명, 커튼 등 스마트 기기들을 연결할 수 있다. 특히 TV 대화면으로 스마트싱스의 ‘3D 맵 뷰(Map View)’ 기능을 활성화해 한 눈에 집 안 곳곳에 연결된 기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공간별로 기기나 조명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 온도·공기질·에너지 사용량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D 맵 뷰를 통해 방에 들어가지 않아도 불이 켜져있는지, 덥지 않은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스마트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한 일상 정보를 알려주는 ‘데일리 보드(Daily Board)’도 더욱 편한 AI 라이프를 경험하게 해준다.
꺼져 있는 TV 앞에서 “하이 빅스비”를 부르면 ▲우리 집 IoT 기기 상태 ▲에너지 사용량 ▲날씨 ▲메모 위젯 등을 리모컨을 사용하지 않아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화질·사운드·자막 등 AI가 사용자 맞춤별 시청 경험 제공
AI 음성 기술은 한 가지 이상 다양한 지시를 한 번에 명령할 수 있는 ‘멀티 인텐트’라는 기능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보고 시청하는 경험을 한 단계 높여준다.
예를 들어 “올드보이 감독이 누구지?”라고 물은 뒤 AI TV가 박찬욱 감독의 위키백과 요약을 보여주고, 이후 “그 사람이 감독한 영화 찾아줘”라고 되물으면 박 감독의 영화 목록을 보여준다. 여기에 “첫 번째 거 선택하고 볼륨을 15로 바꿔줘”라고 명령하면 AI TV는 이를 동시에 이행한다. 멀티 인텐트 기능은 현재까지는 두 가지 명령만을 수행할 수 있다.
‘AI 오토 게임 모드’를 활용하면 스포츠 게임에서 슈팅 게임으로 장르를 바꿔도 AI TV가 알아서 해당 장르에 맞는 환경으로 변경해 준다.
AI 엔진이 게임 타이틀을 인식해 내용과 장르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화질과 사운드 설정을 최적화해 사용자가 별도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테니스 경기를 볼때는 더 또렷한 잔디색 등 실제와 비슷한 쨍한 화면을 보여주고, FPS 게임 시에는 적이 잘 보이는 밝은 화면을 자동으로 세팅해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준다”고 설명했다.
삼성 TV는 모든 사용자의 제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AI 기술로 화면의 윤곽선과 색상을 더욱 뚜렷하게 해주는 ‘릴루미노 모드’는 저시력자도 별도 기기 없이 더욱 선명하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AI TV에서는 일반 화면과 릴루미노 모드 화면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릴루미노 투게더 모드’를 지원해 저시력자와 가족들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또 전통적인 TTS(Text to Speech)와 달리, 영상 내 텍스트를 AI로 검출해 음성으로 변환하는 ‘들리는 자막’은 추출된 문장의 정확성을 판단하고 한결 더 자연스러운 음성을 제공한다. 이 기능은 내년 TV 신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들리는 자막 기능은 TV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 및 솔루션 마련에 약 10년 간의 시간을 들였다”며 “많은 글로벌 고객이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초 공개된 ‘제너러티브 월페이퍼(Generative Wallpaper)’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이 기능은사용자가 그날의 감정 등 몇 가지 조건을 선택하면 AI가 그에 맞는 이미지를 추천해 준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가 집들이할 경우 그날의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를 TV 배경 화면에 보여줘 집들이 분위기를 맞춰준다.
유튜브·넷플릭스 저화질 영상도 AI 업스케일링 적용해 8K급으로 시청
삼성전자 AI 업스케일링은 AI 기술을 활용해 옛날 저해상도 영상도 최대 8K급으로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옛날 인기 드라마도 AI 업스케일링이 적용된 TV와 그렇지 않은 TV로 비교해 보면 독보적인 화질 개선을 보여준다.
AI 업스케일링이 적용되지 않은 TV에서는 머리카락 올의 디테일 등이 잘 보이지 않지만, AI 업스케일링이 적용된 2024년형 Neo QLED 8K로 시청한 영상은 머리카락 올, 옷의 솔기 등 디테일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여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 자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200명은 풀HD(FHD) 영상을 AI 업스케일링으로 시청한 후 1.8배 이상 화질이 선명해졌다고 설명했다.
AI 업스케일링은 고성능의 AI 프로세서를 활용해 온디바이스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네트워크 연결 없이 깨끗하게 화질을 개선해 준다.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던 도중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화질이 열화되는 경우에도 AI 업스케일링을 통해 끊김없이 고화질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무빙 사운드 Pro’, ‘액티브 보이스 Pro’ 등 개선된 음질을 제공하는 AI 사운드 기능도 체험할 수 있었다.
‘무빙 사운드 Pro’는 영상의 움직임대로 사운드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화면 내의 오토바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오토바이의 소리도 함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해 더욱 실감 나는 입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배경음악이나 소음이 큰 장면에서 등장인물의 대사가 잘 안 들리는 경우, 화자의 음성만 추출해 크고 또렷하게 들려주는 ‘액티브 보이스 Pro’ 기능도 주목할 만했다. ‘액티브 보이스 Pro’ 기능을 사용하면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중간에 청소기를 돌려야 하거나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해도 대사를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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