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22일 하루 배달 음식 가격에 한해 앱 중개 수수료율에 따라 차등적 가격 인상에 나섰다. 지난 6월 보여줬던 ‘가게 배달의 날’에 이은 자영업자들의 두 번째 단체 행동이다.
이에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 등은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점주들과의 소통은 계속하되, 오는 10월 발표 예정인 배달앱 상생안에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라이더X상점주X시민사회 배달 플랫폼 자율 규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진행되는 ‘배달 음식 가격 차등 적용의 날’ 행사에 힘을 보태기 위한 일환으로,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앱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6월 21일 라이더유니온은 자영업자들과 함께 배민 주문(배민1 플러스)을 받지 않는 ‘가게 배달의 날’ 행사에 동참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은 100명이다. 다만 연대 집회였던 만큼 소상공인연합회 등 자영업자 100여 명이 함께 참석했다. 이날 이들은 ‘라이더, 상점주 다 죽는다! 플랫폼 규제법 제정하라’, ‘플랫폼 갑질 막는 온플법 통과, 자영업자 살길이다’, ‘플랫폼을 위한 음식값 상승은 가게도, 소비자도 원하지 않는다’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오토바이에 붙이거나 손에 들고 있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자율 규제는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말이다.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말”이라며 “게다가 라이더·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으면서도 상생을 하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어디가 상생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갑질을 막기 위해서라도 온라인플랫폼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배달 음식 가격 차등 적용의 날은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 협회(공사협, 舊 공사모)가 추진한 자율 행사로, 이날 하루만 배달앱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눠 가격 인상 폭을 차등 적용해 최대 9.8% 가격을 인상하는 게 핵심이다. 배민·쿠팡이츠 등의 정률제 수수료율과 같은 인상률이다. 이른바 배달앱별 ‘최혜사(社) 대우’로 인한 불공정 행위와 정률형 상품 확대에 대응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차등 적용하는 구간은 총 세 개다. 1등급은 매장 판매를 포함해 배민의 가게 배달, 땡겨요, 지역 공공앱 등 자영업자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앱(기능)이 해당된다. 0~2% 가격 인상률이 적용된다. 2등급엔 요기요(가게 배달), hy노크, 배민(배민 배달)로 5~6.8%의 가격 인상률이 적용된다. 3등급은 쿠팡이츠, 배민(배민1플러스), 요기요(요기 배달)로 9.8% 적용된다. 예를 들면 2만원짜리 피자 한 판을 쿠팡이츠로 배달 주문할 때 해당 피자집 점주가 차등 적용의 날 행사에 동참한다면 고객들은 2만1960원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배달앱은 계속 이런 상황으로 우리를 끌고 갈 것 같았다. 더 이상 끌려갈 순 없다”며 “배민1플러스 주문 음식에 대해 9.8% 인상된 가격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점주 B씨는 “프랜차이즈는 정해진 가격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아예 일부 음식을 일시 품절 상태로 돌렸다”며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배달 생태계와 배달 시장에선 상생은 꿈꿀 수도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 등은 점주들의 단체 행동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배달 라이더 및 플랫폼 입점 자영업자들과 소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쿠팡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들 모두 오는 10월에 발표 예정인 상생안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상생협의체는 자영업자들의 단체 행동을 감안해 배달앱과의 입장 차이를좁히는기 위해 여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협의체 내외부를 통해 배달앱 측과 자영업자들의 양쪽 입장의 차이를 듣고 어떻게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 오는 10월 상생안을 낼 수 있도록 차근 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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