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 2.5%보다 0.1%포인트(p) 낮췄다. 한은은 수출이 정보기술(IT)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높은 증가세를 보이지만, 민간소비의 상승 모멘텀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점을 들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2.4% 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보다 낮은 수치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도 지난 전망보다 0.1%p 내린 2.5%로 낮췄다. 작년 하반기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이 진전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2%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 성장률 전망 2.4%, 국내외 연구기관 포함 가장 낮아
한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1.4%보다 1.0%p 높다. 작년에는 수출 부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초기인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올해 성장률이 2.4%로 집계되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2%)보다 높아진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에 2.3%로 제시한 뒤 작년 2월(2.4%)과 5월(2.3%), 8월(2.2%), 11월(2.1%) 잇따라 낮추다가 올해 5월(2.5%) 대폭 높여 잡았다.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0.6~0.7%)을 웃돈 1.3%로 집계된 영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망치를 2.5%로 소폭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KDI 전망보다 0.1%p,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보다 0.2%p 낮다.
한은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 성장세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은은 수출 증가율 전망을 5.1%에서 6.9%로 높였지만, 내수와 관련된 항목의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8%에서 1.4%로, 설비투자는 3.5%에서 0.2%로 내렸다. 건설투자만 -2.0%에서 -0.8%로 1.2%p 올렸다.
한은은 “수출은 IT경기 호조와 방한 관광객 증대에 힘입어 지난 전망보다 성장률이 대폭 상향됐다”면서 “내수는 조정 국면을 거친 후 회복 흐름을 재개하고 있으나 소득 개선 지연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덧붙여서 “내수는 기업 투자여력 증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등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재개하겠지만 상승 폭은 당초 예상에 못 미칠 전망”이라고 했다.
◇ CPI 상승률 2.5%로 하향… “농산물 물가 둔화 전망”
한은은 물가 상승률도 종전보다 0.1%p 낮춘 2.5%로 제시했다. 근원물가가 2%대 초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농산물가격 상승률도 상당 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이달부터는 작년 하반기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기저효과로 물가가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종전과 같은 2.2%로 제시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더딘 내수 회복과 낮은 노동시장 압력 등 영향으로 2%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 뒤 물가 상승률에 대한 일반인들의 전망)도 7~8월 연속 2% 후반대(2.9%)를 유지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올해 730억달러 흑자로 예상됐다. 당초 전망(600억달러)보다 130억달러 높다. 작년 경상수지 흑자(355억달러)의 두 배를 웃돈다. 한은은 “상품수지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지속하고 수입은 내수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흑자 폭이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서비스수지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등으로 적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올해 20만명으로 예상됐다. 종전 전망보다 6만명 줄어든 것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수출 개선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서비스업이 도소매 등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건설업은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은 향후 성장률 전망이 미국경제 성장세와 반도체 업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미국 성장세 둔화 폭이 확대되면 우리 경제는 외환·금융 등 경로를 통해 부정적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올해 성장률을 0.1%p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은 소비·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져 성장률을 0.1%p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올해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은은 이날 처음으로 분기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전년 기 대비)은 2.0%, 4분기 성장률은 2.1%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은 3·4분기 모두 2.1%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경제전망은 조건부 전망”이라면서 “전제조건이 변화할 때 전반적인 경로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중점을 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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