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창의적인 탈출 방법 찾아내고 있어”
8일 북한 주민 이어 20일 북한군 1명 5년만에 귀순
“‘탈북·귀순’ 단기간 내 결정 아닌 상당 기간 고민해 계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체제 결속’ 움직임에도 북한 주민들의 이탈이 잦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돼온 식량난·경제난에 최근 수해 피해까지 겹치는 등 내부 불만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계속 창의적인(creative) 탈출 방법을 찾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김정은은 모든 북한 주민의 탈출을 막길 바라지만 효과가 없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최근 몇 년 간 주민들의 탈북 시도를 막기 위해 국경 단속 등을 강화했지만 주민들은 계속해서 탈북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례로는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 강원도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 군인을 언급했다. 북한 군인 1명이 강원도 고성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으로 귀순했으며, 현역 북한 군인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것은 5년 만이다. 이 북한군은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 구역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다. 북한 현역 군인이 남측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은 2019년 7월이 마지막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건 당일 기자들과 만나 “(현역 군인의 귀순) 횟수가 빈번하다면 접경지역에 근무하는 북한 군인들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은 “동부전선에서 북한 인원으로 추정되는 1명의 신원을 확보해 관계기관에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새벽에도 북한 주민 1명이 한강하구 남쪽 중립수역을 넘어 귀순한 바 있다. 당시 이 주민은 한강하구 남북 중립수역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안팎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온다.
현재 우리 군은 지난달 21일부터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맞서 모든 전선에서 고정식(24대)·이동식(16대) 확성기를 매일 10시간 이상씩 가동해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를 송출 중이다. 최근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을 북한군과 북한 주민에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8·15 통일 독트린’보다도 일상을 전하는 ‘대북방송’의 영향이 북한 주민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단 점에서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주민들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것은 정책보다도 평범한 내용들”이라며 “대북방송을 보면 평범한 내용들인데, 날씨 얘기를 많이 하고 음악도 많이 틀고, 세상에 오가는 그런 것들이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그 정도만 되더라도 본인들과 차이가 있으니 (동요된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에 북한 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상당 부분 커졌다”며 “마음이 가는 게 있고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그게 오히려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탈북을 마음먹은 북한 주민들에 한해서만 대북 방송이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탈북자가 늘었다 해도 코로나 때 3년반 동안 철저히 통제를 해서 못 내려왔기 때문에 계획을 오래했는데 내려오지 못하다가 경계가 풀리니 이제 오는 시점으로 본다”며 “(대북 방송이 영향이 크게 미쳤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대북 방송이 효과를 보려면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꾸준히 들어야 그쪽에서 사람들이 오게 되는 것이지, 짧은 기간 내 그러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원래 탈북이나 귀순은 단기간 내 결정이 아닌 상당 기간 나름대로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서 움직인다”며 “아마도 본인이 탈북을 하겠다고 생각한 상태인데 확성기 내용을 듣고 빨리 결정하고 결정적인 시간을 선택하게 된 그 정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한편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체제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단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수해 인한 심각한 인명피해 등으로 ‘리더십 손상’이 우려되자 피해 현장에서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상적 이탈을 방지하거나, 실무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당연히 탈북이라는 게 탈북이 증가할수록 북한 체제에 대한 심각한 불만이 있는 것”이라며 “우선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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