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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은 거짓말···증언 엇갈린 ‘마약 수사 외압’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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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신문에 답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 연합뉴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청문회에서 ‘용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의혹을 제기한 경찰 간부와 압력 행사 당사자로 지목된 총경급 간부 증언이 엇갈리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졌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이날 오전부터 ‘대통령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대통령실이 세관직원이 (마약 관련) 통관 절차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지난해 영등포경찰서는 필로폰을 말레이시아에서 국내로 밀반입하는 조직원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공항 세관 직원이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세관 연루 혐의를 수사해 왔다.

해당 사건의 수사팀을 이끌었던 백해룡 경정은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공식 지휘 계통이 아닌 조병노 경무관으로부터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종용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 경정은 지난달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인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이 사건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압력 행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 행정관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그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백해룡 경정에게 용산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적 있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질의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또 대통령실이 마약 수사 관련 보고를 했냐는 질문에는 “이 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보고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경찰서장 개인이 대통령실에 보고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주장했다.

‘용산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브리핑 연기를 스스로 결정한 것인가’라는 질의에는 “맞다. 현시점에서 브리핑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압수수색 후 브리핑한다고 했는데, 해당 기관에서 증거 인멸을 할 수 있고 본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도 보고되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이 신문에 답하는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의혹을 제기한 백 경정은 김 행정관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김 전 서장이 통화에서 ‘용산(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뜬금없이 사건 수사하다가 용산 얘기를 들었는데 일반적인 얘기냐”며 지적했다.

이어 “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하니 (김 행정관이) 용산에서 알고 심각하게 보는 중 이라고 했다”며 “본인(김 행정관)이 마약 압수 현장에서 진두지휘까지 했던 이 사건을 갑자기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자 추가 증인들이 나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경무관이었던 조병노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대통령실의 연락을 받은 적 있냐’는 물음에 “전혀 없다. 인천공항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다”며 “언론 브리핑 내용 중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해 (백 경정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또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수사 외압이 없다는 데 (서울경찰청장) 자리를 걸 수 있냐’는 물음에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또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시절 영등포경찰서 마약사건 수사 이첩을 지시했냐는 질의에는 “밀도 있는 수사를 위해 이첩을 검토했다”고 항변했다.

지난 8일 오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위원들이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 경정을 제외한 경찰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을 부인하자 여야의 공방은 격화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청문회를 통해서 밝혀야 할 건 과연 마약 수사 외압의 주체가 누구인가, 어디서 마약 수사 외압을 조장했는가, 지시했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수사팀장은 김찬수 전 영등포서장과 통화에서 분명히 ‘용산’(대통령실)이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한다”고 했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도 “마약 유통 수사 중 세관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상황이 급변했다”며 “관세청은 브리핑과 보도자료 방향을 바꾸려 했다. 명백한 수사 외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정부 흠집내기’ 청문회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보이지 않는 손이 외압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맹탕 청문회를 열었다”며 “본질은 외압이 아니라 세관이 연루된 증거가 없으니 브리핑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상부의 의견 개진이었다”고 했다.

정동만 의원은 “정부 흠집 내기 청문회와 마구잡이 증인 채택으로 국회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실체 없는 의혹으로 청문회를 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면 행안위원장 등 청문회를 주도한 분들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백해룡 경정이 위증을 했다며 그에 대한 고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백 경정의 위증에 대해서는 위원회 차원에서 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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