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부부에게 사과하라며 제명 압박에 나서자, 민주당은 여당 의원 ‘맞제명’을 추진하겠다고 응수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지도부 차원의 ‘유감 표명’에도 전 의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 의원은 14일 국회 법사위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그는 “권익위 수뇌부가 김건희·윤석열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 한 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 의원에게 “본인은 (권익위 국장 죽음에) 기여를 안 했나”라고 말했고, 전 의원은 “김건희가 살인자”라며 “김건희·윤석열이 (권익위) 국장을 죽인 것”이라고 외쳤다.
전현희 제명안 낸 與 “이재명은 다섯 명의 살인자?”…대통령실 격노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당일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전 의원의 국회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15일에도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은 전 의원의 막말에 책임을 묻고 대통령 부부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대응에 따라 추가 조치 여부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또한 전 의원의 발언 당일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어 “근거 없는 막말이자 한 인간에 대한 인권 유린”이라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측근들의 사망 사례를 거론하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전현희 의원에게 묻는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다섯 명의 살인자’인가”라며 “이 전 대표 주변 인물 다섯 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전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 공직자의 죽음을 이용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딸들에게 최고위원 뽑아달라고 아양 떠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 8·1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전 의원은 현재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타 후보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반발이 잇따랐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서민위) 전 의원을 인권유린·직권남용·모욕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전 위원은) 권익위원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인권을 존중해야 함에도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악용한 패륜적 망언을 했다”며 “청문회 논질을 외면한 수준 낮은 언행이자 중대 범죄”라고 질타했다.
전현희는 사과 거부…민주당, 유감 표명·맞제명 ‘투트랙‘
민주당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라며 전 의원과 설전을 벌인 여당 의원도 제명하겠다고 맞섰다. 노종면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15일 브리핑을 열고 “‘막말 더티플레이’를 한 송석준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겠다”며 “도대체 권익위 국장의 죽음에 전 의원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이냐. 진짜 죄가 있는 사람은 고인에게 외압을 행사한 권익위의 수뇌부와 그 수뇌부에게 외압을 지시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자 당 지도부는 유감을 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들 보시기에 필요한 말,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전 의원은 사과를 거부하며 정부와 여당에 날을 세우고 있다. 전 의원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평생 욕설 한 번 해본 적 없는 범생이로 살아왔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왜 격한 발언의 당사자가 되었을까. 정부·여당이 강직했던 고인의 명예를 매도하는 것은 도저히 참기가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이어 “젊은 국장이 희생된 그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며 “도대체 누가 패륜인가. 도대체 누가 권익위 국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인가”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전 의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의원은 국민과 대통령 부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며 “사과하지 않는다면 박찬대 원내대표(직무대행)의 유감 표명도 거짓일 수밖에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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