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소수자를 축복한 목사에게 정직 2년 처분을 내린 교회의 조치에 대해 무효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이원석)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가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내린 정직 2년 징계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이 목사가 제기한 소송을 21일 각하했다. 각하는 법원에서 내용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형식적 판단만으로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감리교가 이 목사에게 징계를 내린 근거인 교회법 ‘교리와 장정 1403단 제3조 제8항(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한 행위)’이 양심·종교·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 조항이라는 이 목사 측의 주장에 대해 “실제로 해당 처벌 규정으로 인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함이 마땅한 기본권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며 “결국 이 사건은 상이한 주체가 서로 충돌되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대립하면서 기본권을 주장하는 ‘기본권 충돌’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리교의 징계 절차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이 목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므로 교회의 처분을 무효로 돌리려면 교회법이 정한 적법한 판단에 내려진 게 아니라거나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등 하자가 매우 중대해 이를 그대로 두면 헌법의 정의에 위반해야 한다”라며 “이런 법리에 비춰볼 때 교회의 판결에 대한 절차상 실체적 하자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보기까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처벌 규정이 이 목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무효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이 목사 측은 재판부의 각하 결정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기본권을 인정하는 최근 법조계 흐름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의 변호인단인 최새얀 변호사는 재판장을 나와 “지난 7월 법원은 이 목사를 향한 감리교의 징계가 ‘헌법상 권리의 본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징계’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판결을 내렸고, 같은 달 대법원은 동성애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라며 “이러한 세상의 변화는 성소수자의 법적 지위가 찬반의 문제가 아닌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논의돼야 함을 반증했다”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이 같은 흐름과 달리 교회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이번 판단에 대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규정한 교회법을 어떻게 기본권 보장의 문제로 보는지 모르겠다”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계적으로 두 기본권을 판단한 게 2024년에 나올 수 있는 판단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이번 재판이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끝까지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는 “감리교는 내게 내린 징계를 판례 삼아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6명의 목회자들에게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번 재판은 나 혼자만을 위한 재판이 아닌 한국교회 안에 있는 수많은 성소수자와 연대자들을 위한 재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중세에 살고 있는 듯한, 아주 낙후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세워놓은 법과 그로 인한 폭력을 멈추고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가 사랑하는 교회가 이렇게 망가지고 사랑하는 이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 항소를 통해 기어이 승리를 쟁취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지난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2022년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로부터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또한 지난 3월 재판위는 이 목사의 축복기도와 한국교회 비판 등을 이유로 교회에서 영구적으로 추방하는 출교 처분을 내렸다.
이 목사는 정직 2년과 출교 처분에 반발해 각각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수원지법은 이 목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판결 확정 시까지 출교 처분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으며, 1심 재판부는 감리교의 출교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으나 감리교 측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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