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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가 열린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정적인 연설을 마친 미셸 오바마 여사가 “가기 전에 한 가지 할 일이 더 남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장내에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전 세계에서 몰린 취재진은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내 인생의 사랑”이라는 소개와 함께 연단에 오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카고! 고향에 오니 좋다”고 외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관식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미국 진보 진영을 이끌고 있는 ‘슈퍼스타’들이 시카고 전당대회장에 총출동해 해리스 부통령의 대권 도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진보의 상징’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그 엠호프 등이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평범한 미국인을 위해 싸워온 용기 있는 정치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자들의 편에 선 편협한 세계관을 가진 인물로 규정하며 “행동에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신드롬’을 낳은 전설적인 선거 슬로건인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가져와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고 말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정치적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는 재임 시절 성과인 ‘오바마케어’를 언급하면서 “카멀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수백만 명을 실질적으로 보살피고, 그들의 매일매일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대변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에 대해서도 “이 사람이야말로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이라면서 그의 ‘시골 아저씨 패션’을 거론하며 “정치 컨설턴트가 추천한 것이 아니라 옷장에서 꺼낸 게 분명하다”며 농담을 보탰다. 그러자 월즈 주지사의 부인 그웬 월즈가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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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속편은 더 나쁠 것”이라며 반드시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기 78세의 끊임없이 불만을 멈추지 않는 백만장자가 있다. 그는 이제 카멀라에게 질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가져 상황이 한층 악화하고 있다”며 “유치한 변명에, 미친 음모론에 거짓말, 심지어 군중 규모에 대한 괴상한 집착까지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허세와 갈팡질팡, 혼돈을 4년 더 경험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 영화를 이미 봤다”고 말했다.
오마바 전 대통령에 앞서 연설한 미셸 여사는 ‘아마존 여전사’와 같은 복장으로 “무엇이라도 하자(Do something)”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대통령직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며 “그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이다. 더 나은 삶을 구축하려는 대다수 미국인의 이야기”라고 했다. 또 “이번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고 불과 몇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며 “우리의 운명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며 결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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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는 해리스 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해리스 부통령은 100여 명의 측근들과 통화했는데 1~2순위가 그의 가족들이었고 다음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2004년 해리스 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 후원에 나서며 인연을 맺었다. 이어 2008년 해리스 부통령이 ‘대세’ 힐러리 클린턴 대신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원하며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는 앞으로 남은 대선 과정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의 고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도 이날 아내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애틋한 연설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엠호프는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 가족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지 결정해야 한다. 난 우리 가족의 미래를 카멀라에게 맡겼다. 내가 한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상태인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뛰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가 ‘저격수’로 돌아온 인사들이 연단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까지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은 트럼프와 가족처럼 지냈던 과거를 언급하면서 “트럼프는 비밀리에 지지자들을 조롱한다. 그는 그들을 지하실 거주자라고 부른다”면서 “공감 능력은 물론이고 도덕과 진실성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는 한때 트럼프의 편이었던 공화당 인사들이 줄줄이 연사로 등장해 공화당 지지층에 균열 내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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