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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만 집착하는 과방위 분리? 누구를 위한 분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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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현장. 사진=김용욱 기자
▲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현장. 사진=김용욱 기자

기업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고 여당과 언론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산업계 숙원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기 위한 상임위 재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요구에 언론·여당이 호응한 ‘과방위 분리론’

최근 과방위 분리가 화두가 됐다. 21대 국회에서 AI기본법이 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자 업계에서 먼저 공개적인 요구를 했다. 하정우 네이버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지난 6월 국회 행사에서 국내 AI 발전을 위한 요구사항을 나열하며 “과방위를 과학기술과 방송으로 꼭 분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과 ‘방송’을 분리해 별도의 상임위로 두는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도 적극적으로 과방위 분리를 의제로 설정했다. 한국경제는 지난 14일 6면에 「과학기술 논의 실종된 과방위… “방송통신과 분리해야”」 기사를 통해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과학기술과 방송통신 정책을 의회 내 1개 상임위원회에서 함께 다루는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TV조선은 지난 17일 ‘뉴스7’에 「과방위가 방통위만 몰두.. “과학 기술 떼자”」 리포트를 내고 “정치권의 진영 대결 탓에 해야 할 일은 뒷전”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방송장악’ 정국에 정책 논의 답보… “과방위서 방송 분리” 목소리도」(아주경제), 「“과방위, 과학·방송 분리를”… AI 전문가의 호소」(중앙일보), 「22대 과방위 ‘방송’ 분리하자」(전자신문), 「방송법 전쟁에 ‘과학기술’ 뒷전… “과방위서 방송 떼어내야” 비등」(세계일보) 등 기사가 나왔다. 업계에서 요구하고 여당과 일부 언론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과방위는 왜 하나의 상임위가 됐나

과방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분야를 전담하는 상임위였고 과학기술 분야는 교육과학위원회 등 별도 상임위에서 맡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방송, 통신, 과학기술, ICT를 포괄하는 공룡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들어서면서 미래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과방위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탄생하게 됐다. 미디어 분야는 상임위가 찢기고 과학기술, ICT 등 분야가 편입된 것이다. 미래부 자체가 부처 성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운 공룡 부처였다. 사진은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연합뉴스
▲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운 공룡 부처였다. 사진은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미방위는 과방위로 바뀌었고, 다소 생소한 과학기술과 방송 통신, 여기에 원자력까지 포괄한 상임위를 두고 혼선은 이어졌다. 한 과방위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였지만 과방위가 되면서 방송 통신에 ICT, 과학기술, 원자력 등 공통 분모를 찾기 힘들면서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분야들이 뒤섞이게 됐다”고 했다.

과방위 개점휴업 때도 많았는데, 왜 갑자기?

과방위 재편 논의 자체는 의미 있으나 언론의 집중적인 요구는 이례적인 측면이 있다. 과방위가 방송 논의에 편중하거나 정책법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린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사업자 요구를 전후해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극한 대립으로 인한 ‘개점휴업’이 반복되면서 ‘법안처리율이 떨어지는 상임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에는 1년간 법안처리 0건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2019년 문희상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이 28.8%로 역대 최악의 상황인데 과방위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18.8%”라며 여야의 협력을 당부할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엔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상임위 분리를 ‘의제’로 삼지는 않았다.

네이버 등이 ‘빠른 법안처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상임위 분리론은 산업계 숙원사업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기 위한 재편 요구다. 보수·경제지 등은 지난해부터 산업계가 요구해 온 AI기본법의 빠른 처리를 촉구해 온 상황이다. 

AI기본법은 AI의 산업 육성과 역기능 대응 등을 담은 법안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선 오남용을 견제하는 등 ‘안전성’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빠른 제정을 촉구한다는 점에서도 ‘친산업적’ 법안임을 방증한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온당한 상임위 분리요구라면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AI산업 이해에 맞는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취지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건 우려스럽다”며 해당 법안에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여경 상임이사는 “과방위가 전담하는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며 “유럽연합에서는 우리로 치면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공동소관이었다. 산업 부처에서 산업 논리로만 일방 추진하진 않았다”고 했다. 

과방위가 ICT 및 과학기술을 외면한다는 언론 보도에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지난 14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청문회’에서 “ICT와 과학기술 법안 중 갈등이 없는 법안은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여야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부탁했다”며 “그럼에도 왜 과학기술에 무관심하다는 기사가 나오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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