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개원식조차 열지 못할 정도로 극한의 대립정치가 22대 국회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가 모처럼 ‘전세사기 특별법’에 합의했다. 법안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피해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경매 낙찰, 공공임대 제공 과정 등을 거쳐 최장 10년 동안 무상 거주가 가능해진다.
21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를 이룬 법안인 만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비롯한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감면 절차 등 하위법령 개정을 거쳐 공포 2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해 경매차익, 임대료 지원 등을 소급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가 넘겨받아 공포에 일주일정도 소요되고, 시행령과 LH 규정 등 하위법령 등을 준비하는 기간이 2개월 정도”라며 “11월 초면 실제 개정된 법안 내용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주도해 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폐기된 바 있다. 국회와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세 차례 법안소위를 통해 피해자 지원 방식 등을 논의했으며 국토위 차원의 수정안을 만들었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 세입자에게 주택을 장기 공공임대하거나 경매차익을 지원하는 안이 골자다.
피해자들이 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기본 10년 동안 거주하고, 더 거주하기를 원할 경우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피해자 지원방식에 경매 차익이 남지 않거나 해당 주택에 살기를 원치 않는 피해자들에게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정부는 피해자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경우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받고 임대료를 지원받거나 지원액을 차감하고 남은 경매차익을 즉시 지급받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를 원할 때에는 입주 선택권을 부여해 역시 최장 10년간 무상거주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전세임대도 선택지로 추가했다. LH를 통해 신탁사기주택과 위반건축물, 선순위 피해주택도 적극 매입할 방침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인 보증금의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2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인정할 수 있어 최대 7억원 구간 세입자까지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항력이 없는 이중계약 사기 피해자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며, 피해주택에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피해자로 인정한다. 개정안에는 전세사기 유형 및 피해규모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6개월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가 인정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1만 9621명으로 2만명에 육박한다. 조만간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내년 5월까지 피해자 수가 3만 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국토부는 “시행일 이전에도 LH에서 피해주택을 매입하여 피해자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것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향후 개정안 시행에 따른 경매차익, 임대료 지원 등을 소급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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