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흙을 다독여 주듯이, 초고 쓰기와 가지치기는 글쓰기에 있어서 중심이 된다. 심각하게 접근할 필요도 없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쓰고 싶은 주제의 장과 꼭지에 맞춰서 알맞게 정리만 해주어도 된다.
초고는 아무 노트에다 쓴다. 수년간 들고 다니면서 손에 익숙해진 만년필이나 샤프를 들고 신문이나 이면지에다 쓴다. 수십 년간 꾸준히 모으면 좋은 기록물이자 추억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 악필이라 직접 쓴 나조차도 초고를 쓸 때만 겨우 이해할 수 있을 글자들의 조합이므로, 조심스레 모아서 보관하기보다는 구겨서 버릴 종잇조각에 가깝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물론 선택은 저자의 몫이다. 몰스킨과 로이텀이 아니더라도 블루컬러의 만년필 잉크가 비치지 않는 훌륭한 노트를 골라 꾸준히 메모를 정리할 수 있는 자세가 있다면 그조차도 좋은 추억거리이자 선물이 될 것이라 본다.
초고를 쓸 때는 기-승-전-결 나누어서 쓴다.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므로 어렵게 접근할 필요도 전혀 없다. 두세 줄 정도로 간략하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원고의 초안이 잡힌다. 어떤 글이라도 마찬가지다. 칼럼이든, 역사서이든, 소설이든, 추리소설이든, 기승전결의 구도가 잡힌 글은 꼭지 쓰기가 비교적 쉽게 느껴진다. 물론 장편소설, 대하소설은 일반적인 글과는 다르다.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 창조 능력, 적절하게 구성된 복선과 암시, 문학적 어휘력, 짜임새 있는 구성 등이 모두 녹아있는 종합예술이므로 오랜 기간 집중과 노력이 필요하다.
초고라 할지라도 중심 주제, 혹은 중심되는 사건과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가령 마리오 푸조의 장편소설 「대부」에서 큰 흐름은 돈 콜로네오네의 죽음과 마이클 콜로네오네의 대부로서의 등장이다. 그 사이에는 돈 콜로네오네 조직의 안정과 상황을 설명하는 도입, 주변인물의 죽음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흐름, 돈 콜로네오네의 암살시도와 죽음의 위기, 마이클 콜로네오네의 대부로서의 등장, 조직의 안정 순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여 도입-전개-위기-절정-결말 순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되, 적절하게 상황 전개를 진행하며 원고를 정리할 수 있다.
쓰고자 하는 원고가 있는데 글이 써지지 않는다면, 우선 쓰고자 하는 원고에 관련된 단어를 하나 적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그 단어를 바탕으로 연결점을 찾아내서 5줄 정도의 글을 써본다. 어느 순간 글쓰기에 박차가 가해지는 순간이 왔다는 점에서, 경험상 무슨 글이든 괜찮았다. 초고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작성한 뒤 퇴고는 필수다. 노력에 비례하여 원고의 질도 높아진다는 점을 잊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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