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생 및 재학생들의 마약·성범죄 등 주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의 관리·검증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명문대 학생들로 구성된 유명 연합동아리 집단 마약 사건 가담자 중에는 의대·약대 준비생뿐만 아니라 법조인을 꿈꾸는 로스쿨 준비생도 포함됐다. 또한 여성 수십명의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 또한 범행 당시 로스쿨 재학생이었다.
2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향후 로스쿨에 입학하거나 재학·졸업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 로스쿨 지원 시 개인의 형사처벌 전력이나 전과기록 등을 확인하는 검증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은 향후 변호사시험도 응시도 가능하다. 현행법상 변호사시험 응시 결격 사유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로스쿨 졸업생이면서 형이 선고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누구든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다.
로스쿨이 이러한 허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지난 2014년 병원 인턴의사로 근무하던 A씨가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재판 과정에서 병원에 사표를 낸 뒤 모 대학 로스쿨 입학시험을 치러 합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로스쿨 차원에서도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회 등 기본적인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는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전국 25개 로스쿨이 같은 해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신원조회 등 기본적인 검증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경희대 로스쿨을 비롯한 7개 학교에서 입학지원서나 자기소개서 등에 형사처벌 등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기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0년 로스쿨 입학지원서 등의 범죄사실 기재 항목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삭제를 권고하자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전과 기록 기재란을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을 요구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에서부터 공공 결격 사유가 있는 지원자들을 걸러내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모임’ 소속 김지연 변호사는 “로스쿨 재학생에 대한 범죄의 경우 학위 수여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긴 하나 로스쿨 모집요강에는 범죄수사경력회보서나 성범죄경력조회서 등의 제출 요구가 전혀 없다”며 “학위 전 또는 학위 과정 중 도덕적·윤리적으로 심각한 비난을 받을 만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법조인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차후 입학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형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준법하며 생활해 온 수많은 지원자가 있음에도 변호사시험 응시에도 제한이 있는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자들을 로스쿨이 입학 단계에서 사전에 알 수조차 없도록 하는 인권위의 권고는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형사상 수사를 받고 있거나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그 범죄적 사실에 대한 고려나 제한 없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어 “단순히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이 좋으면 입학시켜 법조인이 될 수 있게 만들면 결국 그 피해는 의뢰인인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범죄 전력 등 불법행위에 대해선 입시 전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을 로스쿨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