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농작물 작황이 타격을 받으면서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배추와 무 등 채소류의 가격 급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추석을 앞두고 배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정부는 추석과 김장철을 대비해 배추와 배 등 주요 품목의 공급량을 늘려 가격 안정을 꾀할 계획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9일 기준 배추 한 포기당 평균 소매 가격은 6888원이다. 이는 한 달 전(4828원)보다 42.62% 오른 수준이다. 전년(5895원), 평년(5699원)과 비교해도 각각 16.84%, 20.86% 비싸다.
무 1개당 평균 소매 가격도 3360원으로 전월(2517원) 대비 33.49% 올랐다. 전년(2899원) 대비 15.9%, 평년(2523원) 대비 33.17% 치솟은 가격이다. 김장에 필요한 건고추, 마늘 등 농산물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추, 상추 등 무더위에 약한 농작물의 작황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여름 배추의 주요 생산지인 고랭지 지역에서 기후가 악화되면서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 태백시에서는 지난 7월 폭염특보가 발령됐는데, 해발 900m의 고원 도시임에도 최고 기온이 33.8도까지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여름 배추 생산량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4만톤(t)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농가들이 9월 추석 대목에 맞춰 농작물을 출하하기 위해 작물을 심는 시기를 뒤로 미루면 물량이 더 줄어 수급 불안정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례상에 올라갈 과일 물가도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배 10개 소매 가격은 14일 기준 6만9992원으로 전월(7만8520원)보다 10.86% 하락했지만, 작년(3만417원)과 비교하면 130.11% 껑충 뛰었다. 평년(4만843원)과 비교해도 71.37% 상승했다.
작년에 가격이 급등했던 사과 가격은 그나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사과 10개 소매 가격은 19일 기준 2만2387원으로 집계돼 전월(2만3259원)보다는 3.75% 하락하고, 평년(2만1344원)보다는 4.89% 올랐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장마와 폭염이다. 폭염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 물가 상승분의 약 10% 정도는 고온 등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으나, 농산물 물가는 9.0%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정부는 불안한 농산물 물가 흐름이 김장철과 추석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공급을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말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8월 중·하순에는 비축 물량을 하루 400톤까지 방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배추 무름병 등 병충해 피해가 크지 않고, 배추 생육 상태가 양호하다며 태풍 등 특이 사항이 없으면 배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일류의 경우 햇사과, 햇배가 출하되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사과와 배 8월 출하 물량은 지난해보다 각각 10.2%, 14.1%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배는 추석 성수기에 맞춰 조기 출하를 계획하고 있는 농가 비중이 전년보다 26%포인트(p)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동희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은 “현재 배는 착과 수가 평년 대비 많고 생육 상황도 원활해 올해 8월 본격 출하되면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 별로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대비해 추석 성수품의 품목별 공급 확대 방안과 소비자 부담 경감 방안을 포함한 수급 안정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폭염 등에 대비해 산지 작황 모니터링 및 생육관리협의체를 통한 현장기술지도, 영양제·약제 할인 공급 등 가용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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