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일 광화문광장 일대를 자유민주주의와 인류 평화를 상징하고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대표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 같은 구체적인 상징물을 짓겠다거나 조감도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서울시는 74주년 6·25를 맞아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5일부터 한 달간 홈페이지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접수된 시민 제안 522건의 의견 중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9%(308건), 반대 응답은 40%(210건), 기타 1%(4건) 등이다.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가 215건(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무궁화 11건, 나라문장 및 국새 각 2건, 애국가 1건 등이었다. 이 밖에 훈민정음, 소나무, 역사정원, 6·25 참전국 국기, 독도 등 각종 의견이 제시됐다.
상징물 디자인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미디어아트나 빛조형물을 활용해 예술성을 겸비한 공간으로 꾸미자는 제안, 국기게양대 형태의 미디어폴을 비롯해 키네틱아트 등 예술적 조형미를 살린 상징물을 만들자는 의견, 해시계·훈민정음 등 역사성이 깃든 상징물로 광장 위상을 높이자는 구상,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국가상징 건축물·공원 등을 함께 조성하자는 견해 등이 접수됐다.
서울시가 당초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계획을 제시했다가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것은 대형 태극기 게양대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주의’라고 주장했지만, 최고 100m 높이의 게양대가 광화문광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광화문광장에 지금도 행사가 너무 자주 개최돼 번잡하고 광장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가상징공간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현재 광화문광장을 유지하자’는 취지가 많았다. 시민들은 ‘현재 광화문광장 인근에 국기 게양대가 있어 추가 상징물은 불필요하다’, ‘세종대왕상 등 기존 국가상징물로도 충분하다’, ‘정책 및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의견 수렴 결과 국가상징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의 의미를 담고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유엔 참전용사 헌신,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이 된 희생을 기억할 수 있는 국가상징공간을 만들겠다”면서 “광화문광장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미래 세대에게도 그 의미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상징공간의 의미 ▲시민과의 소통 ▲디자인 다양성 및 최첨단 기술 접목 등 크게 3가지에 초점을 맞춰 시민 공감을 끌어내는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을 추진한다. 9월에 설계공모 후 12월에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하고, 내년 5월 착공해 같은 해 9월에 준공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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