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비롯한 한류 문화 영향으로 국내 농식품(K푸드)이 글로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올해 2분기도 해외 시장에서 호조를 이뤘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7월말 K-푸드 누계 수출액은 56억6700만달러(7조55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9.2% 올랐다. 품목별로는 라면이 6억99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과자(4억2400만달러), 음료(3억88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K푸드 수출은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과거에는 중국과 동남아 위주로 인기였지만 드라마, K팝 등 한류 문화 지속 성장과 매운맛 음식 챌린지 등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서구권에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미국과 유럽 지역 K푸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0% 올랐다. 특히 미국 시장은 7억3700만달러로 중국 시장(7억300만달러)을 앞질렀다. 미국과 유럽 지역 수출량은 올해 7월 말 누계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각각 23%, 33% 오르며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북미·유럽 K푸드 인기 파도 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2분기 식품사업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CJ제일제당 2분기 국내 식품 매출은 소비 부진 기조로 전년 동기보다 3% 감소했지만 해외 식품 매출은 전년보다 1% 증가한 1조32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각한 중국 자회사 지상쥐 분을 제외하면 6% 성장한 규모다.
특히 미주 시장 매출이 1조1150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만두와 상온가공밥 등 매출이 각각 28%, 24% 늘었다. 피자도 매출이 12% 증가했다. 비비고 만두와 레드 바론 피자 미주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각각 44.5%, 21%를 기록하며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지역 올해 2분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7% 올랐다. K푸드 성장세가 가파르고 수익성이 높은 유럽 지역 사업을 지속 공략한 결과라는 평가다.
2018년 독일에 비비고 제품이 진출한 이후 2022년에는 영국법인을 세워 자사 제품을 현지 판매 중이다. 올해 5월 프랑스 파리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파리올림픽 기간이었던 지난 7월 22일에 ‘비비고 시장’을 열어 비비고 제품군을 전세계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에스닉 마켓 판매뿐 아니라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도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수출 가장 많은 라면, ‘불닭’이 다 했다
K푸드 중 수출량이 가장 많은 라면 산업 실적은 특히 해외 매출로 갈렸다.
국내 라면 3사 중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해외 매출에 힘입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 매출액 4244억원, 영업이익 8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7%, 103.2% 급증했다.
삼양식품의 어닝서프라이즈에는 수출이 주효했다. 삼양식품의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9% 증가한 3321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78%까지 확대됐다.
특히 미국 법인인 삼양아메리카는 주류 채널 입점 확대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714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콘텐츠 열풍과 함께 미국 MZ세대들이 SNS에서 매운맛 라면을 먹는 챌린지가 유행하며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삼양식품 수출 품목 중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90%가 넘는다.
삼양식품은 올해 3월부터 미국 수출용 물량을 늘리기 위해 밀양2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당초 5개 생산라인을 신축하기로 의결된 안은 올해 6개로 변경됐다. 해당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6억9000개 제품이 추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내수 비중이 큰 농심과 오뚜기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0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 특히 해외 매출에서 비중이 큰 중국과 미국 법인 실적이 각각 0.6%, 2.3% 감소했다.
해외매출 비중이 10% 미만인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으나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616억원으로 4.6% 감소했다.
오리온은 베트남, 롯데는 인도…K-과자 인기 증명
K라면에 이어 K과자도 글로벌 열풍인 가운데 국내 주요 제과업체들도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다.
롯데웰푸드는 해외 사업 성장을 앞세워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2분기 매출액 1조442억원, 영업이익 6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3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법인 영업이익은 216억원으로 37.6% 올랐다. 특히 인도 법인에서는 첸나이 공장의 3번째 생산 라인 안정화에 따라 롯데 초코파이가 매출이 성장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롯데 웰푸드는 인도 법인 성장을 앞세워 올해 상반기 해외사업 매출액 4165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 올해 2분기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매출액 984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으로 각각 2.8%, 13.6% 올랐다. 젤리와 비스킷 제품 매출이 각각 5.1%, 2.1% 증가했다. 작년에 론칭한 유음료 제품도 현지화로 시장에 안착하며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주요 제품들 수출액 증가세도 눈에 띤다.
롯데웰푸드 빼빼로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325억원 규모로 지난해 대비 29% 가량 성장하며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었다. 회사는 빼빼로 수출액에 대해 2028년까지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 꼬북칩은 올해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 본사 스낵바에 납품될 정도로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꼬북칩 매출액은 120억원으로 수출한지 6년 만에 200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오리온 총 미국 수출액이 28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 비중을 꼬북칩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제과업체들은 해외 유통망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롯데웰푸드는 내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인도에 첫 해외 빼빼로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총 투자 금액은 330억원 규모다.
오리온 역시 연내 베트남 하노이 공장을 증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6년까지 베트남 미푹 제2산업단지에 스마트 공장을 조성해 급증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