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2024.8.12)
20일 은행장 시작 금융업권별 수장 간담회…가계부채·내부통제 초점 [김병환 릴레이 상견례]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김병환닫기김병환광고보고 기사보기 금융위원장이 20일 은행권을 시작으로 여신·증권·보험·금융투자·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업권별 최고경영자(CEO)와 연이어 회동한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시장 안정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도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강화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장들과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인터넷은행 등 주요 은행 CEO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31일 김 위원장 취임 후 약 3주 만에 이뤄지는 금융권과의 첫 행사다.
김 위원장은 은행장을 시작으로 오는 22일 여신전문업, 28일 보험업(생명·손해보험사), 29일 금융투자업, 다음달 2일 저축은행업, 5일 자산운용업 CEO들과 간담회를 연다. 이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회동을 끝으로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권별 대표와 공식적으로 처음 대면하는 상견례 자리인 만큼 김 위원장이 업계에 내놓을 메시지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우선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취임 후에는 ▲가계부채 ▲부동산 PF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제2금융권 건전성 등 금융시장 4대 리스크 요인을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5조3000억원 증가해 전월(4조2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확대됐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계부처 및 금융권과의 소통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 관리한다는 목표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통해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관행을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밝혀진 우리은행 부적정 대출 등 잇따르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9일 우리은행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태승닫기손태승광고보고 기사보기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28건(350억원)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대출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 자료를 통해 “횡령에 대한 금융 관련 법령상 제재 수준의 적정성, 내부통제 장치 등이 적절하게 작동하기 위한 여건 등을 점검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차질 없는 책무구조도 도입과 실효적 이행도 당부할 전망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한 책임자를 사전 기재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투자업자(증권사)와 보험사는 자산규모 등에 따라 늦어도 2026년 7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해 오는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시범 운영기간(올해 11월~내년 1월 초)에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취임 후 첫 행보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새출발기금 간담회를 갖고 “은행 등 민간금융기관들과 함께 추가적인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소상공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규모를 기존 30조원에서 ’40조원+α’로 늘리고 채무조정 대상 기간도 올해 상반기까지로 연장하기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또 ‘서민·자영업자 지원개선방안’을 마련해 3분기 중 발표·추진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상환 부담 가중을 고려해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 연장을 검토하겠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해왔다. 코로나19 만기 연장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차주는 28만6100명, 대출 잔액은 57조9200억원으로, 내년 9월 만기가 도래한다.
여전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는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과 건전성 문제를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금감원 주문에 따라 부동산 PF 평가대상 사업장 중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곳에 대한 정리 계획을 지난 9일까지 제출했다. 금감원은 부실 PF 사업장 처리 계획을 미흡하게 제출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당초 금감원은 230조원 부동산 PF 사업장 중 2~3%가 경·공매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실제 정리 대상 사업장 규모는 더 늘어난 것 전해진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3.55%로 지난해 말(2.7%) 대비 0.8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 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6.96%에서 11.26%로 4.3%포인트 뛰었다.
최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여전사에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의 환불 지원 등 손실 부담과 관련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보험업권과는 보험개혁회의에서 마련한 보험개혁 추진 전략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보험민원 감축 등 생활밀착형 과제를 먼저 추진하고 연말까지 매월 회의를 열어 10대 전략과 60개 이상 세부 과제를 검토할 방침이다. 증권업권과는 내년 1월 시행 예고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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