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발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수십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19일 다수 아침신문이 이를 보도한 가운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어느 나라 공직자인가” “국민 상처에 소금 뿌린 격”이라고 사설로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김 1차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내년도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한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정부가 폐기한 사실이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사설을 내 “비합리적 과정을 추궁당할까 봐 폐기 지시한 것은 아닌지” 물었고 경향신문은 정부 부처가 정책 결정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의원이 18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또 선출됐다. 신문들은 지지층이 대여 투쟁 선봉장으로 이 대표를 택한 것이라고 풀이한 가운데 사설로 이 대표의 주요 과제를 내놨다.
김태효 ‘중일마’ 발언 파장…단독 인터뷰하며 언급 안한 조선일보
김태효 1차장은 지난 16일 ‘KBS뉴스라인W’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거기에 대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 한·일관계 협력에 도움이 되는가’ 생각할 때 지금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믿음과 신뢰는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기자들을 만나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수십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공식적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가 있었고, 그러한 사과가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그가 외교 당국자로서 일본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가 봉직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은 뭐가 되는 것인가”라며 “식민지배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이 아직 살아 있고,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사과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국민은 일제강점기 때 벌어진 일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할 말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인간이 덜 된 가해자를 억지로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받아오라고까지 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자유와 인권’의 관점에서 정당한 문제 제기를 계속할 수는 있다”며 “행여나 한·일관계가 어그러질까봐 그조차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한겨레는 1면 ‘“수십차례 사과 피로감” 일본 두둔한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실이 18일 이 발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수십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며 “김태효 차장은 지난해 3월에도 “우리 외교부가 집계한 일본의 공식 사과가 20차례가 넘는다”는 발언으로 집중 포화를 맞은 바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발언을 두고 쏟아진 야권 비판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의 요구와 목소리에는 귀를 틀어막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은 마음을 헤아려 대변을 해주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고 했고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뜻의 ‘중일마’라는 새로운 말이 생길 것 같다”고 밝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5면에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1년을 기해 김태효 1차장을 인터뷰했다. 조선일보는 김 1차장이 “윤석열 정부에 ‘친일’ ‘매국’ 비판을 하는 분들은 한일, 한·미·일 협력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안보·경제적 이익과 혜택을 누렸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1차장은 인터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관련 ‘일본의 호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질문에 “사도 광산 세계 유산 등재 문제 등에서 우리가 크게 양보했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발언이 알려진 지 이틀 뒤 이뤄진 인터뷰에서 조선일보는 해당 논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의대 2000명 배정’ 회의록 폐기 왜 했나
교육부가 지난 16일 열린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대 교육 점검 청문회’에서 올 3월 15∼18일 의대 정원 2000명 배정을 위해 운영한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회의 자료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회의록 자료를 국회에 제출키로 했으나 청문회 당일 뒤늦게 없앴다고 밝힌 것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회의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자료를 보유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혹시 자료가 유출돼 갈등을 더 촉발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실무진 우려가 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책 만들면서 기록 남기지 않는 정부, 왜?’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 부처가 정책 결정과 관련한 회의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확인돼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고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주요 현안을 다루는 정부 부처들이 법을 회피하는 논리는 ‘주요 회의가 아니다’라거나 ‘약식 정리도 회의록’이라는 것이다.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등 주요 정책 현안을 다루는 위원회나 태스크포스(TF)의 회의록을 남기지 않거나 참석자의 발언이 담긴 형태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과정의 불투명성을 키울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자의 책임을 줄이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갈등이 생길까봐 그랬다는 교육부 해명도 한심하지만, 2000명 배분 같은 중요 정책을 결정한 회의록을 임의로 없앴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배정위 회의록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회의록 작성 의무’와 ‘회의록 존재와 폐기 여부’”라며 “추후 논란 등을 감안하면 정부는 회의록을 당연히 남겼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청문회에서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배정위 운영 기간에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회의록을 만든 적 없고 파쇄한 것은 참고자료였다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17일 1면 머리에 이 사안을 보도한 동아일보는 19일 사설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일수록 회의록과 회의 자료를 남겼어야 이치에 맞지 않나”라며 “합리적인 기준으로 의대 정원이 배정됐다면 ‘깜깜이 심사’를 하고 회의 자료까지 폐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손으로 기록한 수첩까지 파쇄했다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뭔가를 감추려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갑작스러운 숫자인 의대 증원 2000명이 어떻게 결정되고 배정됐는지, 그 비합리적인 과정을 추궁당할까 봐 회의 자료 폐기를 지시한 것은 아닌지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응당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 압도적 지지로 선출, 신문들이 제시한 과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8일 정기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대표직 연임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총 85.4% 득표율로 김두관(12.12%)·김지수(2.48%) 후보를 제치고 대표로 선출됐다. 신문들은 그의 득표율이 민주당 계열 정당의 역대 대표 경선에서 가장 높은 수치라고 보도했다. 이전 최고 득표율은 이 대표 자신이 2022년 전당대회에서 기록한 77.77%였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영수회담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며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 회복이지만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의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도 “시급한 현안을 격의없이 논의하자”며 의제로 채 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구당 부활을 제시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표는 이날 상속세 일괄공제액 상향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중도를 겨냥한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며 “특히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기본사회 구현 및 에너지고속도로 등 미래 비전을 재차 강조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상속세 완화에 당내에 이견이 크다는 언론의 질문에 “당내 이견은 건강한 정당이라는 증거”라며 “세금이 중산층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집 한 채 갖고 있다가 사망했는데 가족들이 세금 때문에 쫓겨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배우자 공제와 일괄 공제 액수를 올리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대다수 신문이 사설을 내 이 대표에 과제를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이재명 2기 체제, 당내 민주주의와 협치 주도가 최대 과제”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일극체제 우려 불식시키고 협치 나서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목소리 큰 지지층보다 다수 국민의 낮은 목소리에 먼저 귀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먹사니즘이(이 대표가 말한 먹고사는 문제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조 편향적인 ‘노란봉투법’ 같은 것이라면 그것은 민생을 가장한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권 견제와 민생 대책 마련, 당내 통합을 과제로 제시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