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2기 체제’의 핵심 과제는 ‘외연 확장’과 ‘사법 리스크 대응’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번 당대표 연임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 레이스를 본격화해서다. 지난 대선 때 역대 최소(0.73%p) 격차로 패한 이 대표로서는 중도층 표심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1심 선고가 임박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유죄일 경우 본인은 물론 지방선거·대선을 앞둔 당 전체에도 부담이 된다.
◇‘일극체제’ 극복해야 중도 확장… 세제 개편 속도
이 대표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이하 전당대회)에서 누적 득표율 85.4%로 당선됐다. 이미 17개 지역 순회 경선에서 90%에 가까운 득표율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조를 굳힌 결과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에선 반감이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향후 중도층 표심 공략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국민 삶을 확실히 책임지는 더 유능한 민생 정당이 될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와도 만나 민생 문제와 내수 부진 타계책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표 전 연설에서도 “결국 다 먹고사는 문제다. 멈춰 선 성장을 회복해야 한다”며 선거 초반부터 전면에 내세운 ‘먹사니즘’을 거듭 강조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정책 실정을 부각하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도층 표심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상속세 완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한 번 만들었다고 영구불변의 진리가 되는 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며 “종부세와 금투세는 (완화 필요성을) 많이 말씀드렸고, 상속세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최고세율은 현행(50%)대로 유지하되 ▲28년째 그대로인 일괄공제(5억원)를 2배 상향하는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는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이 상속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팔거나 쫓겨나는 건 막아야 한다”며 “세율을 낮추는 건 초부자감세에 해당하지만, 일괄·배우자 공제액을 올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속세는 노무현 정부 때 징벌적 성격으로 도입됐다. 최근엔 집값 상승 등과 맞물려 중산층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보진영의 ‘성역’이자 당 정체성의 한 축으로 꼽혔던 제도들이지만, 중도 표심을 고려해 외연을 확대하자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세 부담 완화’를 중도층 공략의 핵심으로 본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 원내사령탑인 박찬대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내부 이견을 넘어야 한다. ‘조세 형평성’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당내에 여전히 있어서다. 최근에는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금투세 실시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 대표가 ‘금투세 면제한도 연간 1억원’을 제시한 직후였다. 이들은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을 앞서고 있다”며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정책 기조 전환을 둘러싼 당내 세 싸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모두 쉬쉬하지만… 안에선 재판 걱정 커”
사법리스크도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대표는 현재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건은 오는 10월 1심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쟁점이 간단해서다. 통화 녹취록 등 검찰이 확보한 증거도 확실한 편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최종심은 아니지만, 대권을 준비하는 이 대표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당대표직을 놓고 겨뤘던 김두관 후보도 최근 YTN 라디오에서 “지금 당내에서 다들 쉬쉬하지만, 9~10월의 재판 결과가 워낙 엄중해서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본인은 유죄가 아니라고 확신하는데, 만약 유죄가 나오면 본인이나 당에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다”며 “재판 때문에 법원에 자주 출석하는 이 대표는 (당대표가 아닌) 대선 후보로 쭉 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부각할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 대표를 겨냥해 “자기 범죄로 재판받는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형사재판이 중단되느냐”고 했었다. 유죄가 선고되면, 비주류 결집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야권에선 최근 복권이 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등이 차기 잠룡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정치권은 이런 과제들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종부세·금투세 완화를 추진하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 정체성과 부딪치고 당내 반발도 상당할 것”이라며 “이 과정을 거쳐 여야 협상으로 통과시키고, 중도층으로부터 ‘정책 성과’로 인정받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재판 대응책으로 ‘정책’을 택했지만, 내부 지지를 온전히 받긴 어려울 거란 관측도 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이재명은 사법리스크를 넘을 ‘이미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택한 게 정책적 측면”이라고 했다. 그는 “정책 이슈를 주도하려 하지만, 이재명은 ‘민주당 뿌리’인 호남·586 세력 어디에도 들지 않는다”며 “공천학살을 통해 주류로 등극했더라도, 종부세·상속세라는 민주당의 오랜 도그마를 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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