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 2세 청년층이 고용률 저하를 겪고 있으며 취약 계층이 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6년 간 내국인 청년층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상주 외국인 청년층과 귀화인 청년층 고용률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기에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갈수록 직업 훈련, 취업, 자산 축적 등 기회를 얻기 힘들어진다.
18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이규용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2일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고용허가제 20주년 정책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와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를 분석 근거로 삼았다.
◇외국인 청년 고용률, 최근 6년간 8.9%p 하락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고용률은 2017년 60.8%에서 2024년 62.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청년(15~29세) 고용률도 42.1%에서 46.5%로 상승했다.
그런데 이민자 2세 청년층 고용률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귀화허가자(한국 국적 취득 5년 이내) 청년층 고용률은 60.0%에서 54.6%로 떨어졌다. 또 한국에 91일 이상 거주한 상주 외국인 중 청년층 고용률은 같은 기간 60.3%에서 51.4%로 낮아졌다. 갈수록 고용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규용 연구위원은 “내국인 청년층보다 이민자들의 청년층 고용이 훨씬 악화되어 있다”면서 “한국도 이민자 수용이 오래되면서 이민자들이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이민자 2세 청년층의 고용률이 50%대로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상황은 좋지 않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E-9 비자) 등 취업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의 고용률은 100%이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이민자 2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50%대보다 상당히 낮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국인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낮고 군 복무도 하지 않는다. 취업에서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2017년에는 이민자 2세 청년층의 고용률이 내국인 청년층 고용률보다 18.2%포인트 높았지만 2023년에는 이 폭이 4.9%포인트로 낮아졌다.
◇이민 2세대 사회 통합, 주요국 공통 과제
이규용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례를 보면 이민자 1세들은 열심히 일을 하는데 2세들은 부모의 돌봄을 잘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출발선이 뒤쳐진다”며 “사회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우리도 그런 문제가 없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주요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스웨덴은 난민을 대거 받아들였지만 이민자 2세를 주류 사회로 통합하는 데 실패하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스웨덴 법무부는 작년 9월 “부모가 모두 이민자인 가정의 자녀가 부모가 스웨덴 태생인 가정의 자녀들보다 범죄율이 3.2배 높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29일 르완다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 국적이 이민자 2세가 흉기 난동 사건을 일으켜 세 명의 소녀가 사망했고, 이 일로 영국 전역에서 반(反)이민 폭동이 일어났다.
이 연구위원은 “사실상 한국을 모국처럼 여기는 이민자 2세들이 한국을 떠나지 않으면서 취약계층이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자 2세 한국 정착 도울 정부 정책 확충해야
정부는 저출생으로 인구가 감소하자 이민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민자 2세들이 한국에 적응하도록 돕는 정책은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업 지원 같은 정부의 청년 정책은 대부분 내국인에게만 제공된다. 이민 1세대 상당수는 한국인들이 꺼리는 3D 업종에서 일했지만 2세대는 이런 일자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규용 연구위원은 “정부의 지원 정책은 국적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외국 국적인) 재외동포의 자녀들은 국민취업지원제도 이용이나 폴리텍대학 직업 교육에서 배제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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