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행정청 유권해석의 실권(實權)과 실권(失權)에 관하여[안성훈 변호사의 ‘행정법 파보기’]

서울경제 조회수  

행정청 유권해석의 실권(實權)과 실권(失權)에 관하여[안성훈 변호사의 ‘행정법 파보기’]

지난 6월 28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관련 법률이 애매하면 연방정부의 자체적 해석을 존중한다’는 쉐브론 원칙(Chevron Deference)을 폐지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쉐브론 원칙은 미국 대연방법원이 대기오염 규제 문제에 관한 미국의 정유기업인 쉐브론과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 간의 소송에서 행정청인 환경보호청의 법률 해석에 관해 “법률에 불명확한 용어나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의회의 입법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면 법원은 이에 관해 직접 해석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행정청의 해석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제시한 원칙이다. 행정청의 권한을 자칫 비대하게 만들수도 있지만, 사법부가 다른 권력기관인 입법부와 행정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면에서 명분이 있다. 그리고 행정청의 해석을 존중하는 것은 국민의 법적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면도 있다.

쉐브론 원칙에서 말하는 ‘행정청의 해석’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유권해석’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권해석은 권한 있는 국가 기관의 법령 해석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유권해석’이라는 말을 할 때 ‘행정청의 해석’을 떠올리며 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바로 만나는, 그래서 우리의 실제 생활을 당장 맞춰야 하는 해석이 행정청의 유권해석이기 때문에 행정청의 유권해석은 매우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행정청은 법령해석의 실권자(實權者)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청의 행정해석은 결국 법원의 해석으로 실권(失權)하게 된다. 법령의 해석과 적용의 권한은 궁극적으로 법원에 전속된 권한이기 때문에 행정청의 유권해석은 언제든지 법원에 의해 변경될 수 있는 잠정적 해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행정청의 유권해석을 언제든지 실권시킬 권한이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행정청의 유권해석을 존중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쉐브론 원칙을 폐기하는 취지의 결정을 한 것 또한 행정청의 해석에 관한 절대적 존중을 폐지하자는 것이지 행정청의 해석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른바 휴일·연장근로수당 판결(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자. 이 사건은 근로자들이 휴일 근로 수당과 연장 근로 수당을 중복해 지급할 것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련 법령의 소관 행정청인 고용노동부는 연장 근로 시간에는 휴일 근로 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원칙으로 하면서(근기 01254-19049, 1981.6.19., 근기 01254-11483, 1990.8.17. 등), 다만 휴일 8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한해 휴일 근로 수당과 연장 근로 수당을 중복 지급해야 한다는 해석(근기 01254-1099, 1993.5.31.)을 오래도록 고수했다. 이 사건은 법원이 그 해석에 관해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휴일 근로 시간이 1주간 기준 근로 시간 및 1주간 연장 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근로 관계 당사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생활규범으로자리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이는 구 근로기준법상 관련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와 달리 해석하는 것은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오랜 신뢰에 반하고 법적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유는 고용노동부가 오랜 기간 일관되게 그렇게 해석해 산업 현장에 적용하여 왔고 노사 간에도 이러한 해석에 기초하여 근로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행정청의 유권해석에 의해 오래도록 관행이 형성 또는 강화되어 수범자가 이를 법이라고 여길 정도가 되면 단순히 행정해석이 아니라 법규범과 일체로서 규범력을 얻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해석 관행이 법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적용 영역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렇게 해석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며, 결국 수범자가 이를 규범으로서 받아들이고 행위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그 해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존중의 전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다. 행정청의 유권해석이 일반 국민의 법규범 생활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만큼 정부는 법령을 둘러싼 제반 사정들을 잘 소화해 현실에 잘 적용되는 법령 해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가 충분히 사려 깊고 실력이 있다는 신뢰가 없다면 존중도 없고 안정도 없을 것이며 혼란의 불이익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행정청 유권해석의 실권(實權)과 실권(失權)에 관하여[안성훈 변호사의 ‘행정법 파보기’]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인터뷰] 김윤경 "NAC UNIVERSE서 한국 피트니스 위상 높이고 싶어"
  • 윤 대통령, 후반기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김한길과 대책 논의
  • [인터뷰] NAC코리아 이경란 "피트니스 선수로서 목표는 우주정복"
  • 푸틴이 직접 공개한 극초음속 IRBM은 어떤 무기?
  • 똑같은 사안인데 뒤바뀐 결론…법원 “방통위 2인 체제 하에서 KBS 이사 7인 임명 합법"
  • 김호상 밀양공업사 대표, 9년째 이어오는 지역인재 육성 위한 손길 ‘귀감’

[뉴스] 공감 뉴스

  •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 고향 거제서 열려
  • 김호상 밀양공업사 대표, 9년째 이어오는 지역인재 육성 위한 손길 ‘귀감’
  • [동십자각] 가짜뉴스와 ‘미공표’ 여론조사
  • 장금상선, 그룹사 간 은밀한 자금대여 이면 속 급성장한 ‘오너 2세’ 기업
  • [‘추경 검토설’ 논란] 예산안 처리 앞두고 당정 엇박자
  • ‘외국인 밀집지역’ 향한 동상이몽… 어떻길래?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입소문으로 유명하던 맛집을 한 곳에서! 인천 맛집 BEST5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Uncategorized 

  • 2
    노경은, SSG와 2+1년 25억원 잔류 계약 체결

    스포츠 

  • 3
    전유진 "김다현, 마인드도 프로...배울점 많은 동생" [화보]

    연예 

  • 4
    [리뷰: 포테이토 지수 80%] '대가족', 가족 의미 곱씹게 하는 착한 영화

    연예 

  • 5
    ‘1천만 원대’의 역대급 가성비라는 오프로드 SUV 등장.. 토레스랑 닮았는데?

    차·테크 

[뉴스] 인기 뉴스

  • [인터뷰] 김윤경 "NAC UNIVERSE서 한국 피트니스 위상 높이고 싶어"
  • 윤 대통령, 후반기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김한길과 대책 논의
  • [인터뷰] NAC코리아 이경란 "피트니스 선수로서 목표는 우주정복"
  • 푸틴이 직접 공개한 극초음속 IRBM은 어떤 무기?
  • 똑같은 사안인데 뒤바뀐 결론…법원 “방통위 2인 체제 하에서 KBS 이사 7인 임명 합법"
  • 김호상 밀양공업사 대표, 9년째 이어오는 지역인재 육성 위한 손길 ‘귀감’

지금 뜨는 뉴스

  • 1
    '베네수엘라에 패배' 대만, 미국 잡고 결승 진출 희망 살렸다…7회 5점 빅이닝→8-2 승리 [프리미어12]

    스포츠 

  • 2
    KIA 스마일가이가 웃음을 되찾았다…내년엔 아프지 말고 18G·81⅔이닝 이상 힘내라, 힘차게 부활 시동

    스포츠 

  • 3
    불닭냉라면

    뿜 

  • 4
    거대 브랜드들의 초라했던 1호점 시절

    뿜 

  • 5
    내가 보려고 올린 기온별 옷차림

    뿜 

[뉴스] 추천 뉴스

  •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 고향 거제서 열려
  • 김호상 밀양공업사 대표, 9년째 이어오는 지역인재 육성 위한 손길 ‘귀감’
  • [동십자각] 가짜뉴스와 ‘미공표’ 여론조사
  • 장금상선, 그룹사 간 은밀한 자금대여 이면 속 급성장한 ‘오너 2세’ 기업
  • [‘추경 검토설’ 논란] 예산안 처리 앞두고 당정 엇박자
  • ‘외국인 밀집지역’ 향한 동상이몽… 어떻길래?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입소문으로 유명하던 맛집을 한 곳에서! 인천 맛집 BEST5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추천 뉴스

  • 1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Uncategorized 

  • 2
    노경은, SSG와 2+1년 25억원 잔류 계약 체결

    스포츠 

  • 3
    전유진 "김다현, 마인드도 프로...배울점 많은 동생" [화보]

    연예 

  • 4
    [리뷰: 포테이토 지수 80%] '대가족', 가족 의미 곱씹게 하는 착한 영화

    연예 

  • 5
    ‘1천만 원대’의 역대급 가성비라는 오프로드 SUV 등장.. 토레스랑 닮았는데?

    차·테크 

지금 뜨는 뉴스

  • 1
    '베네수엘라에 패배' 대만, 미국 잡고 결승 진출 희망 살렸다…7회 5점 빅이닝→8-2 승리 [프리미어12]

    스포츠 

  • 2
    KIA 스마일가이가 웃음을 되찾았다…내년엔 아프지 말고 18G·81⅔이닝 이상 힘내라, 힘차게 부활 시동

    스포츠 

  • 3
    불닭냉라면

    뿜 

  • 4
    거대 브랜드들의 초라했던 1호점 시절

    뿜 

  • 5
    내가 보려고 올린 기온별 옷차림

    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