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예상되는 전당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 전 대표의 공약인 ‘기본사회’를 넣어 강령을 바꿨다. 당헌상 ‘경선 불복’시 불이익 규정을 ‘공천 불복’시 불이익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를 두고 “이러니 전체주의 집단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 “이재명 독주를 강화하고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중앙위원회에서 강령개정안과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로 개정된 강령은 투표자 중앙위원 424명 중 찬성 397명(93.63%), 반대 27명(6.37%)으로 통과됐다.
개정을 통해 민주당 강령에는 “우리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동등한 조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정의로운 나라를 원한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원한다. 계층, 세대, 성별,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통합의 국가를 원한다”는 문장들이 새로 들어갔다.
민주당 강령의 13가지 정책 목표 가운데 13번째인 ‘언론의 자유 보장과 공영미디어 독립성 강화를 실현한다’는 항목에는 “언론 보도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개선한다. 미디어영역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를 강화한다”는 문장이 추가됐다.
민주당 중앙위는 당헌 개정안도 투표자 424명 중 찬성 394명(92.92%), 반대 30명(7.08%)의 높은 찬성률로 의결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당헌 제84조의 명칭 개정이다. 이전 조항은 ‘선거부정 및 경선불복에 대한 제재’였으나 ‘경선’을 ‘공천’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당헌 제84조 제3항인 “모든 당직선거와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그 결과에 불복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이후 모든 선거에 10년간 후보자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의 제재 대상이 경선불복자를 넘어 공천불복자까지 확장됐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나왔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지난 14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기본사회 강령 도입을 두고 “이 개념을 이재명 말고는 주장한 사람이 없는데, 특정인의 주장을 일종의 당의 헌법인 당헌당규에 넣는 게 맞느냐”며 “기본사회는 없는 개념이다. 기본소득과 달리 학술적 용어도 아니다. 정치적으로 만들어낸 단어”라고 비판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기본소득을 확장해 금융, 주거까지 이재명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며 “헌법에 그러면 급조된 단어를 넣을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평론가는 이 개정안을 93%의 찬성률로 통과시킨 민주당을 두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된다”며 “당의 강령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기본사회가 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그러니까 집단주의, 전체주의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백왕순 김두관 당대표 후보 캠프 대변인도 16일 논평에서 당헌 84조의 경선불복 제재를 공천불복 제재로 바꾼 것을 두고 “지금 우리 민주당은 ‘이재명의 성’을 쌓고 있다”고 규정했다. 백 대변인은 “‘공천 불복’ 규정 강화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조치”라며 “이 규정이 당내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고, 이재명 후보 지지 세력의 독주를 강화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백 대변인은 “이 조치는 중앙당의 전략공천이나 컷오프에 이의를 제기하는 모든 후보자에게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당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도구”라며 “당권파가 반대파를 제압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기존에 제기돼온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대변인실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오늘에 전한 SNS메신저 답변에서 “예전 정강정책부터 국민의 기본권, 불평등 극복, 양극화 해소, 생활기본권, 보편적 기본서비스 등은 그대로 나와 있다”며 “급조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보편적 기본권 추구를 다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선불복을 공천불복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다”고도 답했다. 그는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단수공천이 결정된 후 탈당하여 출마하거나, 경선이 결정되었음에도 후보자 등록을 완료하지 않고 탈당하는 불복자 등 경선불복자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여 공천불복으로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후보자가 공천과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공천재심위원회를 통해 이의제기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며 “‘공천에 이의만 제기해도 제재’라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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