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2020년 9월에도 안 후보는 ‘차별금지법 바로알기 아카데미’ 강의에 강사로 참여해 “(차별금지법이 도입될 경우) 동성애의 죄성에 대해서도 지적할 수 없게 된다”며 “기독교적인 정신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강의에서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긴 행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좌파의 정체성 정치와 차별금지법이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안팎에서는 부정확한 지식에 근거해 차별과 혐오의 인식을 표명한 안 후보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실현이라는 설립목표를 지니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이 있는 기구인 인권위의 수장을 맡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01년 유엔(UN)의 권고로 출범한 독립 기구로, 출범 이래 20여년간 지속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더한 바 있는데 정작 위원장 후보자가 이 같은 기조에 역행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차기 위원장으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내정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지난 7월 인권위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기 위원장 임명 시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것으로 ‘높은 인권감수성과 인권에 대한 전문성’, ‘공정하고 독립적인 업무수행의지’ 등이 꼽혔는데, 안 후보자가 과연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규탄했다.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도 “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시절 간통죄 폐지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역 도입을 반대했으며 구금시설 수형자선거권 보장과 아동피해자 진술녹화영상 증거능력 인정에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소신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안 후보자는 지난 2020년 7월 ‘복음법률가회’를 창립,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 등과 협력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즉, 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서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기본적·보편적 인권을 지지하고 보호하며 향상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에 가장 부적합한 인물인 안 후보자를 최종후보로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후보자의 가장 큰 문제는 ‘잘 모르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본인이 많은 활동, 논문 등을 통해 차별금지법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온 것”이라며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맡은 바 역할을 해야 될 의무가 있는 기관인 만큼 이번 인사는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장 공동집행위원장은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안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모니터링한 뒤 여러 인권단체들과 공동으로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안 후보자는 서울지검 검사와 법무부 인권과 검사·특수법령과장, 헌법재판소 연구관, 대검찰청 기획과장·공안기획관 등을 지낸 후 서울고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9월 새누리당 추천을 통해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지난 2018년 9월 임기를 마치고 현재 한 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자문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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