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는 지난 5월 웹드라마 ‘학교는 싫지만 수학여행은 가고 싶어’를 제작했다. 달서구로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이들의 청소년기 감정을 담고 있다. 웹드라마의 배경으로 달서구에 있는 놀이공원인 ‘이월드’, 박물관·서원을 품은 ‘월곡역사공원’ 등이 등장한다.
이 웹드라마는 전체 16분 분량이다. 유튜브에 공개된 지 3개월 만에 쇼츠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누적 조회수 130만을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는 “잘 만든 독립 영화 같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이 생각난다” 등의 댓글 350여개가 달려 있다.
이 웹드라마는 올해 하반기 일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대구 달서구 관계자는 “일본 OTT 유통 업체와 계약을 맺어서 방영이 확정됐다”며 “어떤 OTT 플랫폼을 선택할지는 아직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웹 예능, 개인 크리에이터(창작자) 등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지자체 홍보 유튜브, ‘B급 감성 밈’에서 ‘웹드라마’로 진화
전국 지자체들이 잇따라 웹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지자체 홍보 유튜브가 ‘B급 감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통해 지자체 정책을 홍보하는 단계를 넘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웹드라마에 지역 관광지를 배경으로 넣거나 특산물을 소재로 삼아 시청자에게 지역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대전 중구는 이달 초부터 유튜브 채널 중구테레비를 통해 웹드라마 ‘러브매치’를 방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회가 방영됐고 조회수는 3000회를 넘겼다.
이 웹드라마는 회당 10분 안팎의 분량이다. 형식은 지상파나 종편에서 제작하는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젊은 남녀가 조용한 분위기에서 설레는 소개팅을 한다. 서로 취미가 뭔지 자신과 성격이 잘 맞을지 알아가며 썸을 탄다.
남녀 대화 속에 대전 중구의 특색 있는 동네, 복지 프로그램 등을 슬며시 끼워넣는다. “취미가 있으세요?” “음악을 좋아해서. LP카페가 많은 (대전 중구) 은행동에 자주 가거든요.” “요가도 좋아해요. 중구 평생 학습 프로그램 아세요?” “되게 부지런하시네요. 저는 퇴근하고 눕기 바쁜데…”
이와 함께 웹드라마 주인공 남녀가 대전 중구에 있는 전통시장인 태평시장에서 함께 장을 보고 청년 공유 주방에서 파스타를 요리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대전 중구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연애 프로그램 형식으로 웹드라마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다”며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지역을 알리겠다”고 했다.
경북 포항시도 올해 초 웹드라마 ‘개복치 왕자의 꿈’을 공개했다. 포항 특산물인 개복치가 사람이 돼서 연애하는 내용을 담은 5부작 코믹 웹드라마다. 죽도시장, 해도 도시숲, 뱃머리 마을, 송도해수욕장 등 포항 명소를 배경에 담았다.
서울시도 웹드라마 ‘서울에 삽니다’를 제작했다. 청년들의 취업, 주거, 자산 등에 대한 고민을 다루며 시 정책을 소개하는 드라마다. 현재 시즌1·2가 공개됐다. 시즌1은 유튜브 조회수 190만을 넘겼다.
◇수천만원 예산 투입, “공익 놓치면 안 된다”
지자체 홍보용 웹드라마는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한 웹드라마 제작 업체 관계자는 “촬영 장소와 배우 섭외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10분 분량의 (지자체) 웹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3000만원쯤 들어간다”고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웹드라마 제작에 들어간 비용을 정확하게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자체 홍보용 영상의 내용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 지자체가 지역 관광지를 홍보한다며 초등학생이 달밤에 폴댄스를 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지워버린 경우가 있다.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웹드라마를 통해 홍보를 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가짜 뉴스나 선정적, 자극적 내용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객관적이고 공익적인 내용을 담아 소셜미디어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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