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희미해져간다.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려 윤 대통령이 경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자유'(50번)였다. 이어 ‘통일'(36번), ‘북한'(32번)을 많이 거론했다. ‘광복'(6번), ‘독립'(3번), ‘일본'(2번) 등 과거사와 관련한 표현은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일본’을 언급한 대목은 다음이 전부다.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2026년 4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던 지난 2022년과 2023년 광복절 경축사와도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65일 중 오늘만큼은 분명 통한의 역사를 기억하고 침략자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해야만 하는 날”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일본’이 없다. ‘일제의 패망’이란 말이 딱 한번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참으로 이상하고 기괴한 일입니다.” 유 전 의원은 썼다.
일본 언론도 ‘이례적’ 반응
일본 현지 매체들도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 관련 의견이 등장하지 않은 것에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서울신문이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대통령 연설에 일본 비판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일 관계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일본 비판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과 관련한 생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 행사 연설에서 대일 관계나 역사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NHK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한일 관계를 언급했지만 관계 개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는 경제 이슈로 ‘일본’이라는 말을 썼지만 양국 관계를 둘러싼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식 경축식을 열어 정부 주요 인사와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일부 독립유공자 유족 등 2,0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 인사들은 용산구 소재 백범김구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이 연 별도의 기념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이 정부 차원의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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