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비해 생활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북한이 여자 축구에서 세계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비결에는 ‘강한 애국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여자 축구의 잠자는 거인, 북한의 흥망성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여자 축구를 집중 조명했다.
◇강호들 물리치며 관심 집중
북한 여자축구는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팀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국제대회에 나서거나 평가전을 치르지 않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는 없지만, 북한 여자축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며 AFC 여자 아시안컵과 EAFF 여자 동아시안컵에서도 각각 세 차례 우승한 전력이 있다.
청소년 성적은 더 좋다. 2016년에 북한은 스페인, 미국, 프랑스 등 축구 강호들을 물리치고 U20 여자 축구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같은 해에는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북한 여자 축구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지난 2007년 열렸던 여자축구 월드컵 개막전에서 당시 세계 랭킹 1위이자 2회 우승팀인 미국과 맞붙었던 경기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해당 경기에서 북한은 미국과 2대 2 무승부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었다.
당시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미국의 헤더 오라일리는 BBC에 “북한 선수들에게서 공을 뺏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면서 “특히 그들이 매우 빠르게 여기저기서 움직여 엄청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오라일리는 특히 북한의 전력이 잘 파악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오라일리는 세 차례 올림픽 금메달과 한 차례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선수로, 2017~2018년에는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 최고 수준인 아스널 소속으로 뛰었다.
◇北 여자축구 성공 비결은
BBC는 “북한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보다 생활 수준이 크게 뒤떨어져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여자 축구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은 애국심이 강한 데다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 강도 높은 훈련 등이 합쳐져 군인 못지않은 체력을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약 5년 동안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을 따라다니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든 오스트리아 출신 브리기트 바이히 감독은 여자 월드컵 창설 초기부터 북한이 계획적으로 선수단을 육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은 ‘친애하는 김정일 지도자가 여자 축구를 직접 후원한다’고 항상 말했다”면서 “아마도 김정일은 여자축구를 계기로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길 원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선수들에게 강한 애국심을 심어줬고, 이것이 동기 부여가 됐다는 설명이다. 국가적 지원 중에는 평양 아파트 선물도 있다.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에 발탁되면 평양의 아파트를 선물로 받는데, 이는 선수와 가족 전체의 인생을 바꾼다고 BBC는 전했다. 북한 농촌 지역은 식량과 의료 시설 등이 부족해 열악하지만, 평양은 생활 수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도핑 논란으로 몰락, 다음 행보는?
그러나 북한은 도핑 논란 이후 이전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선수 5명은 스테로이드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여자축구 월드컵 대회에서 북한의 출전을 금지한 바 있다.
2019년에는 한국에 밀려 28년 만에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으며 지난해 대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불참했다. 북한 여자축구는 지난해 가을 아시안게임으로 복귀해 은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올해 2월에는 일본에 패하며 2024 파리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BBC는 “북한 여자축구가 앞으로 어느 정도의 힘을 모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면서 “북한과 관련한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라고 평가했다.
국제 사회는 북한이 2028년 LA 올림픽에 참가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향후 국제 정세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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