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제79주년 8‧15 광복절 행사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으로 정부 측 경축식과 광복회‧독립운동단체 측 기념식으로 쪼개져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개혁신당 제외)도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하며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광복절 행사가 둘로 나뉘어 진행되는 초유의 상황을 두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가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둘로 나뉜 ‘광복절 행사’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한 광복회와 독립운동단체는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오는 15일 오전 10시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시준 직전 독립기념관장이 ‘1948년 건국과 식민지배 합법화’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 주최) 광복절 행사를 불참하게 된 것은 많은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다”면서도 “독립기념관장을 중심으로 한 최근 인사를 볼 때 이것이 단순한 하나의 인사가 아니라, 뭔가 지하에서 꿈틀거리는 커다란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진실을 밝히려면 그 식전에 작은 공간에서 기념사나 하고 그러면 진실이 밝혀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오늘 마지막으로 문은 열어놨다. 제가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성의를 좀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김 관장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광복회는 15일 자체적으로 광복절 기념식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해 정부 주최 경축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광복회 주최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광복회가 정부 주최 경축식 불참 이유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정당과 정치권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기로 한 만큼 민주당은 의원 개별적으로 참석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묘역에서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이 참배할 예정이고, 이어서 백범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그 이후에 광복회가 주최하는 제79주년 기념식이 있다. 여기선 광복회 입장이 있어 당 차원이 아닌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에 광복회는 개별적인 참석은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광복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광복회장은 (정당이) 오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도 “개인이 온다고 하면 하나하나 파악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 야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 vs 여 “친일 프레임”
이처럼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광복회‧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초유의 상황을 두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권은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이라며 총공세에 나섰고, 여당은 “친일 프레임”이라고 맞섰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올해 광복절은 우리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며 “핵심 요직에 친일 뉴라이트 세력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놓고 망국적 일본 퍼주기에 정권 전체가 혈안이 됐다. 이쯤 되면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의 정신적인 내선일체 단계에 접어든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13일) 김 관장 임명에 따른 건국절 논란에 대해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강변했다”며 “부적격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해 광복절 행사를 ‘반쪽짜리’로 만들며 건국절 논란을 부추겨온 장본인이 이 논란에 대해 무익하다니 우습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날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 본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총공세를 펼쳤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밀정’이 용산 (대통령실)을 장악하고 있다”며 “밀정을 임명하는 자가 바로 왕초 밀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독립기념관장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기념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친일 프레임’이라고 맞섰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올해 광복절 경축식이 사상 처음 두 쪽으로 나눠질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과 광복회가 김 관장 임명에 반대하면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독립기념관장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리고 독립기념관 내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은 우리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광복절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인 국민 갈라치기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건국절 추진 의사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며 “그런데 광복회장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는 ‘건국절 제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해 의견 제시를 넘어 그 뜻을 관철하려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했다.
앞서 이 회장은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하며 ‘건국절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한 국책기관의 일련의 인사사태는 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논란의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은 건국절을 제정한다면서 선동적 비난을 퍼부었다”며 “공법단체의 수장이 비현실적 의혹을 남발하며 음모론의 발신자이자 확성기가 돼버린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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