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며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 5~8일 나흘 연속 90기가와트(GW)를 돌파한 후 12일에 또다시 최대 전력 수요인 94.5GW를 기록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겹치며 노후변압기 고장으로 인한 전력 공급 중단 상황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후변압기 교체 예산은 작년보다 줄어 정전을 줄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1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여름철 전력 최대 수요(태양광 등 제외)는 2020년 89.1GW, 2021년 91.1GW, 2022년 93.0GW, 2023년 93.6GW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2일에는 역대 여름철 최대인 94.5GW의 전력수요를 기록했다. 지난 5일 기록한 93.8GW보다 0.7GW가량 웃도는 수치로, 일주일 만에 여름철 최대 수요를 경신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여름 최대 104.2GW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아직 전력 수급 경보를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력수급 경보는 예비력 감소 상황에 따라 분류된다. ▲준비(예비력 5.5GW 이하) ▲관심(예비력 3.5~4.5GW) ▲주의(2.5~3.5GW) ▲경계(1.5~2.5GW) ▲심각(1.5GW 미만) 등으로 나눠진다.
산업부는 예비전력이 10GW 안팎까지 떨어지면 미리 협의된 기업 등 전기 사용자에게 요청해 전력 수요를 줄인다. 이러한 조치를 지난주부터 수시로 진행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며 전국 곳곳에서 노후 변압기로 인한 정전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8일 노후 변압기 고장으로 부산 연제구의 한 아파트 298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고, 같은 날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정전이 일어나 662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지난 6일 광주 북구 오치동의 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4시간가량 에어컨을 쓸 수 없었다. 5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아파트 2개 동 255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고, 인천 서구 가정동의 한 아파트와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각각 60여 가구, 300여 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15년 넘은 노후아파트에서 폭염 영향으로 인해 전기 수요가 급증하며 노후 변압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노후변압기 교체는 더딘 상황이다. 변압기는 사적 재산이라 아파트 주민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 교체해야 한다. 변압기 1대당 교체비용이 5000만원가량 들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노후변압기를 교체하지 않고 두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15년 이상 된 노후변압기에 한해 교체 비용 중 80% 정도를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 예산은 26억7000만원으로 작년(33억원)보다도 적다. 올해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 신청 건수는 300건이 넘었지만, 이중 80건가량만 지원이 가능한 상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보니 노후변압기에서 전력 공급 중단이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앞으로는 전력수요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후변압기를 최대한 교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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