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며 삼성전자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저가 전략을 앞세워 동남아와 일본 시장에서 눈에 띄게 약진하는 모습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심의 전략을 펼쳐온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심은 중저가 모델을 확대하며 중국 업체 공세에 맞선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매섭다.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샤오미에 밀려 순위가 5위로 떨어진 데 이어 텃밭으로 불리던 동남아 시장에서도 중국 제조사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중국의 오포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삼성을 앞질렀다. 오포는 점유율 27%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1%의 점유율로 2위가 됐다. 샤오미(20%)와 애플(16%), 비보(6%)가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태국에서 오포는 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선 샤오미가 각각 20%, 18%의 점유율로 선두에 올랐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오포(19%)에도 밀려 비보(18%)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필리핀에선 중국 제조사인 트랜션이 31%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15%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추격자로 뒤쳐졌다.
전체 동남아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점유율 18%로 선두를 유지했지만, 오포와 샤오미가 17%의 점유율로 바짝 따라 붙었다. 출하량 측면에선 삼성전자가 작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반면, 샤오미와 비보는 37%, 오포 24%, 트랜션 12%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동남아 시장과 더불어 중남미와 일본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중남미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30%로 1위를 지켰지만, 점유율 자체는 전년 대비 4% 줄었다. 이 가운데 샤오미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19%의 점유율로 처음 2위 자리에 올랐다.
일본에선 더욱 고전 중이다. 삼성전자는 출하량이 전년 대비 39% 감소하며 점유율(5%) 기준 전체 5위에 그쳤지만, 샤오미는 전년 대비 359% 성장하며 상위 3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이 점유율 56%로 압도적인 1위, 구글과 샤오미가 각각 12%, 6%의 점유율로 2, 3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저가 제품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면서 삼성전자는 방어 전략으로 ‘AI폰 대중화’를 앞세운다. 프리미엄과 준프리미엄, 보급형 등으로 시장을 세분화해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한편, 중저가 모델에도 AI 기능을 도입해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샘모바일과 안드로이드 헤드라인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준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갤럭시S24 팬에디션(FE)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FE 모델은 프리미엄폰보다 사양은 낮지만,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올해 출시되는 제품엔 서클 투 서치와 생성형AI 편집 등 갤럭시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보급형 라인업인 갤럭시 A시리즈에도 갤럭시AI를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I기능 적용 대상 모델로는 갤럭시A35와 A55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와 트랜션 등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인 가격 책정과 판매 인센티브를 통해 점유율을 야금야금 높이고 있다”며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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