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서 현안질의
조태열 “강제성 포기했다 비판하지만 포기하지 않아”
사도광산 전시공간 위치 지적에 “현장서 제일 가까운 곳”
우리 정부와 일본 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협상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부를 상대로 야당 의원들의 맹공이 전개됐다. 외통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강제성’ 표현 누락을 두고 대통령실 지시 의혹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외교 참사라고 규정하며 비난하자, 조 장관은 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냈단 입장을 고수하며 현안질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조태열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외통위가 자료제출 및 협상 과정과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하자, 회의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약 30분 간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제성을 포기했다고 비판을 하는데, 강제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히 말했지만 협상 초기부터 지난 2015년 우리가 얻어낸 합의 결과를 최우선으로, 협상을 후퇴하는 건 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다고 (생각해) 협상 태스크포스(TF)에 앉았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도광산 관련 협상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반대가 아닌 한일협력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에 맞춰졌다’는 보도를 언급하자 조 장관은 “참석하지 않은 회의가 없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윤 의원이 해당 보도에 대해 ‘외교부가 정정보도를 요청했느냐’라고 묻자 “정정보도 요청할 기사가 하도 많아서 일일이 할 수 없다. 이 자리를 빌어 사실 확인하겠다. 근거 없는 기사”라고 반박했다.
이재광 의원은 2년 전부터 일본과의 실무 협상에 들어서면서 등재 직전에는 이틀에 한번 협상을 진행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담당자가 그렇게 답했으면 맞을 것”이라며 지휘를 했을 뿐 직접 협상에 나서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렇게 장기간 협상했는데 궁금하다. 우리 정부가 얻은 성과가 무엇이냐”고 따졌고 조 장관은 “누누이 말했다. (협상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앉아있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대통령에게 사도광산 협상과 관련해 보고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당연히 있다”며 필요 시 협상 과정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보고 받았다 했다. (그러니)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외교 대참사로 인해 사도광산 유네스코 협상 참가자와 대통령실 관계 증인을 출석 시켜 철저한 책임 대책을 묻는 ‘국정조사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조태열 장관을 중심으로 전개된 현안질의는 세 시간 가량이나 이어졌다. 이후 보충질의에서도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된 질문들은 멈출 줄 모르고 쏟아졌다.
김영배 의원은 “향토박물관에서 전시물을 봤느냐. ‘강제징용'(forced to work)이 어딨느냐. 강제성을 확보했단 증거가 어딨느냐”라고 물었고, 조 장관은 “사진으로 봤다. 강제성이 드러나게 전시가 됐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이어 “이웃 국가를 무시하고 살라는 것이냐. 기록에 남겼고, 문서에 남겼고, 전시물에 남기고, 전시물 내용을 포함시켜 약속을 하게 만들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조선 반도에서 온 노동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08년 10월에 우리 대법원에서 강제노동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결을 하자, 그걸 무효화시키기 위해 일본 내에서 처음 쓴 말이다. 그 표현이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버젓이 있다”고 비난했다.
사도광산 전시공간 위치에 대한 문제점도 부각됐다. 사도광산 전시물은 사도광산에서 약 2㎞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2층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전시관에 마련됐다.
이재정 의원은 사도광산 인근 3개 전시관 중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이 왜 선정됐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잦고 더 넓은 규모의 주차장을 자랑하는 ‘카라리움 사도’ 전시관이라는 선택지가 있었단 주장이다. 이재명·차지호 민주당 의원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조 장관은 “향토 박물관은 한국인들의 기숙사 터였다. 현장 박물관이 세 곳밖에 없는데 그 중 제일 가까운 게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또 군함도 전체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이 군함도에서 1000㎞ 떨어진 도쿄였단 점을 감안했을 때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단 뜻을 내비쳤다.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의 위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자문기구가 지정한 세계유산 거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차 의원의 지적에는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 위치는) 에도 시대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시관이 사도광산과 약 2㎞ 떨어진 곳에 마련된 것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느냐’라는 질의에는 “세세한 것까지 보고드리진 않는다”라고 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