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지원이나 규정이 없어지면서 이제 회사에서도 따로 공가 처리는 되지 않죠.”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하는 박아무개(32)씨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박씨의 회사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코로나19를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함에 따라 그동안 시행했던 유급휴가 제도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직장인 ㄱ씨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회사에 알리자 ‘아프면 쉬면 되고, 이를 연차에서 차감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회사가 이렇게 연차를 차감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확진자에 대한 명확한 휴가 규정이 없는 회사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를 보면, 코로나19는 6월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8월 첫째주(7월28일∼8월3일)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표본감시기관 220곳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수는 861명에 달했다. 이는 7월 둘째주(7∼13일) 148명의 5.8배다.
정부는 지난해 8월31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가장 낮은 단계인 4급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격리 의무도 사라졌다.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출근해야 하지만, 회사마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박씨의 회사처럼 규정 자체가 없어져 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코로나19에 확진되자 회사 쪽이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거나, 출근을 강요했다는 사례가 잇달아 올라왔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유행이 반복되자 상병수당 등을 도입해 ‘아프면 쉴 권리’를 제도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부상으로 일하지 못할 때 쉬면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나백주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감염병은 유행 초기가 중요하다. 증상이 있는데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면 병을 계속 옮길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첫 유행 당시 상병수당, 공공의료 등이 논의됐는데, 지금은 거의 잊히고 있다. 공동체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제도가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손지민 기자 /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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